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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송시

호수/이형기

 

♧ 호수 /이형기 ♧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나무와 같이 무성하던

청춘이 어느덧 잎지는

이 호수가에서 호수처럼

눈을 뜨고 밤을 새운다

이제 사랑은

나를 울리지 않는다

조용히 우러르는

눈이 있을 뿐이다  

 

불고 가는 바람에도

불고 가는 바람처럼

떨던 것이 이렇게

잔잔해질 수 있는

신비는 어디서 오는가

참으로 기다림이란

이 차고 슬픈 호수같은 것을

또 하나 마음속에 지니는 일이다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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