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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그렇게 온다/ 이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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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은 그렇게 온다/이정하 ♧

 

 

 

 

기다리지 않아도 때가 되면

올 사람은 오고

굳이 붙잡아도

떠날 사람은 떠나듯이

좀처럼 수그러질 것 같지 않던 여름날의 무더위도

어느새 기세가 꺽여 고개숙이고

아침저녁으로 부는 시원한 바람으로

머리끝까지 서늘한 기운을 느낄 때

 

가을은 새색시의 걸음으로

하얀 버선을 신은 채 소리도 없이

우리 곁에 사뿐히 다가옵니다.

 

누군가에 대한 원망과 함께

정체를 알 수 없는 연민이

내 마음의 서랍장에 차곡차곡 채워져 갈 때

새벽에 들려오는 귀뚜라미 울음소리처럼

가을은 전혀 예기치 않은 목소리로 찾아옵니다.

 

방황하던 나의 영혼이 길을 잃고 헤메고 있을 때

가을은 노란 은행잎 위에

약속의 말씀을 깨알처럼 받아 적는다.

상처없는 사랑은 없다고

이별없는 만남은 없다고

마음이 울적할 때에는

푸른 가을 하늘을 바라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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