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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절경

남극 화산섬 답사기

 


-오염되지 않은 남극의 하늘과 바다가 좋다-

Orlova는 또 달린다.
햇살만 보면 남극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Orlova는 새로운 곳으로 달리고 있었다.


-Deception Island의 지도-


새로운 곳이란...
정말 이럴 수도 있구나.
듣도 보도 못한 곳.
정말 믿을 수 없는 곳.
아마도 이번 남극여행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곳.
지도를 보고도 믿기지 않은 곳...

어디냐구?
바로 화산섬.
우와!
화산섬이라니.
대륙에서도 화산 가는 게 하이라이트인데
바다에 화산 섬이 있다니
그것도 남극에.
정말 맹세코 내가 가본 곳 중 Best of the Best에 꼽힌다.

Deception Island.
사기 섬이라...
뭘 사기 치고 뭘 기만했길래.

암튼 Orlova로 돌아와 점심을 거나하게 먹고
우린 그 기만의 섬으로 향하고 있었다.
위 그림을 보듯,
이 화산섬을 말하자면 칼데라해라고 할 수 있다.
한쪽이 뚫려있어 고리 모양이 된.
그러니까 그 틈으로 배가 들어갈 수가 있는 거지.
백두산 천지의 한쪽이 뚫리고 거기까지 물이 차있는 거라고 보면 된다.
다만 그 물이 민물이 아니라 바닷물이라는거.

더 대단한 건 아직 화산이 살아있다는거.
그 살아있는 화산의 위로 우리가 들어가는거다.
이렇게 가슴 떨리고 신비로울 수가.


-여기가 안뚫려있었다면 Deception Island엔 헬기로만 들어갈 수 있겠지-


방송이 나왔다.
곧 칼데라 입구로 진입한다고.
다들 뛰쳐나갔다.
그 고리 모양의 섬으로 진입하는 순간이야말로 얼마나 신기할까.

마치 <반지의 제왕> 1편 '반지원정대'가 된 기분이었다.
거대한 강을 배로 이동하며 강 양쪽의 거대 석상들을 장엄히 바라보던 반지원정대.
멀리 보이는 병풍같은 바위.
이 바위가 고리모양을 빙 둘러있는 것이다.
거기에 이런 틈이 생기다니.
그리고 거기에 바닷물이 차고 덕분에 배가 들어갈 수가 있고,
그리고저 밑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용암이 부글부글 끓고 있을 테고...
그 떨리는 신비함이란...

 

 


-화산섬에 진입했을 때 '반지원정대'가 된 듯 신비로움에 아무말을 할 수 없었다-


오히려 모두들 말을 잃었다.
칼데라로 들어오는 그 장엄한 순간,
높이 솟은 양쪽의 커다란 바위만 바라볼 뿐,
모두 조용히 그 벅찬 순간을 가슴에 담고 있었다.

그동안 가본 화산지형은
한라산 백록담, 하와이섬의 화산, 킬리만자로가 전부.
살아있는 하와이섬 위를 헬기로 날며 용암을 보던 신비함도 신비함이지만
남극 바다 중간에 있는 이 Deception Island의 신비함 역시 대단했다.

 


-landing을 준비하는 Zodiac을 보고있노라면 가슴은 쿵쾅쿵쾅-

Orlova가 멈췄다.
날씨는 더없이 좋았고 우린 아직 살아있는 화산 위에 있었다.
어김없이 Zodiac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선발대 스탭이 먼저 내려가고 있었다.

Zodiac이 내려가는 순간,
우리를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하기 위한 그 시작의 순간이 좋다.


-세상엔 상상도 못할 탐험가가 많다-


앗, 이럴 수가!
저런 작은 크기의 요트와 마주쳤다.
이런 남극에 저런 작은 요트가 올 수 있다니!
저 배 역시 그 괴롭던 Drake Passage를 넘어왔을 텐데
Orlova도 몹시 흔들리던 그 구간을 저 작은 요트는 어떻게 넘어왔을까.

저 작은 요트엔 대단한 탐험가가 타고 있을 거다.
이 오지의 화산섬에서 만난 다른 사람을 만나다니!
지구 어느 곳에서건 사람과 사람은 만나고 또 헤어지니까
그닥 신기할 것도 없겠지만
여긴 어쨌거나 남극이고 그것도 화산섬이다.

 


-Zodiac 탑승구-

Scott팀과 Amundsen팀은 차례를 지켜 배 밖 계단을 내려가 Zodiac에 탑승했다.
똑같은 남극의 바다였지만 화산섬이란 생각에
그 어느 때보다 설레고 벅차고 신비로웠던 기억이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수증기가 신비로움을 더했다-


Zodiac이 해변으로 다가갈수록 섬의 모습은 더 희미해졌다.
왠 안개같은 게 자욱했다.
온 해변이 그 안개로 뒤덮혀 기대했던 해변은 보이지 않았다.
마치 특수효과를 쓴 듯 신비감은 더했다.

그 연기는 바로 수증기.
해변은 모래가 아닌 화산석 알갱이들이었고
손으로 만져본 그 모래들은 뜨거웠다.
따뜻함을 넘어 뜨거웠다.
아직 살아있는 화산섬 위니까 당연했다.
그 뜨거운 해변에 닿은 바닷물은 당연히 수증기로 변할 수밖에.
아무리 그래도 남극의 바닷물이 이렇게 따뜻할 수가 있다니.

시작부터 이렇게 신비하단 말이지?


-남극의 화산섬을 기념하며-

살면서 가장 신비로웠던 몇 순간을 꼽으라면
당연 이 순간이 상위에 랭크될 듯하다.
남극의 화산섬에 착륙한 이 순간.
그 순간을 사진으로.

 


-이 먼 곳에 인간의 흔적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해변에 뭔가 보인다.
음...
이건 인간이 만든 무언가.
며칠간 펭귄이니 바다 코끼리니 얼음이니 하는 자연적인 것만 보다
인간이 만든 무언가를 간만에 보았다.
그것도 다 부서지고 오래돼 마모된.

뭔가 어색하다.
자연적인 것과 자연적이지 않은 것,
그 추상적인 차이가 이렇게 뚜렷하고도 구체적으로 다가온 것은 처음이었다.
이 신비로운 대자연 속에 인간적인 무엇인가라니.
아무래도 어색하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가 아닌 걸까?

그리고 이 잔해들은...
인간의 흔적인데...
정말 대단한 인간들.
오래 전 이 곳에 인간이 배를 타고 다녀갔고
뭔가 생활을 했었고...
탐험의 욕구가 다시 한번 솟는다.

 


-인간의 힘인지 욕심인지-


화산석으로 덮힌 해변 저 끝 수증기 뒤로 또 이상한 뭔가가 보인다.
저것 역시 인간적인 무언가.
화산섬 도착 순간을 즐기고 있다보니
무리들은 이미 그쪽으로 다 몰려갔다.
낙오는 되지 말아야지.
안 그럼 저 나무배를 타고 여길 탈출해야할지도 모르니까.


-<미래소년 코난>, 혹은 <천공의 성 라퓨타>를 떠올리게 하는 흔적들-


우와!
이건 인간적이다 못해 대단히 생산적이고 과학적이고 공업적이고...
뭐 암튼 그런 것.
왠지 무서워진다.
이 지구의 오지인 극지대에 이런 인간의 조형물이 있다니.
그것도 철로 만들어 흉칙한 모습으로 남아버린.
마치 인류가 만든 괴물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어.

기름 탱크라 한다.
언제 누가 여기 가져다놓았는지는 모른다.
언젠가 누가 큰 배에 이런 기름 탱크를 싣고 왔나보다.
뭘 하려고 했을까.
뭘 하려고 앴길래 이런 큰 기름탱크를 여기 가져왔을까.
더 신기한 건 아직 저 안에 기름이 남아있다는거.

필요하면 쓰면 된다는 얘긴데
저걸 어떻게 어떤 용도로 써야하는 건지.
쓸 일이 있으니까 이렇게 남겨뒀을 텐데.

갑자기 인간적인 뭔가를 본 DJ의 머리 속은 복잡해졌다.
인간적인 것,
자연적인 것,
인간은 뭔가.

 


-남극에서도 시간은 흐른다-

긴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고래의 뼈.
고래는 죽을 때 육지에 올라와서 죽는건지
벌써 고래뼈를 두개 째 본다.
누가 와서 옯겨놓은 게 아니라면
어떻게 뼈가 동물 형체로 그대로 있을까.

그 뼈가 긴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는 마모되고
골다공증처럼 구멍이 나고
변색이 되고
또 이끼가 끼고.

화산석도 마찬가지겠지.
언젠가 지구가 폭발하고
거기서 나온 것들이 굳고 또 쪼개지고...

이런 신비한 지구 저 외떨어진 곳에서도 시간은 가고 있다.


-우주여 내 품으로-


중심부로 걸어들어가자 점점더 신비한 지형들이 나타났다.
화산이 만들어낸 모든 것들이 신기하긴 하지만 이건 뭐...
완전 달에 착륙한 기분이다.

이 우주적인 신비로움을 오래오래 간직할 수 있기를.



-킬리만자로 트레킹만큼이나 설레던 화산섬 트레킹-


본격적인 트레킹이다.
그래봤자 높은 산도 아니지만 이런 화산 위를 걷는 기분이란.
더구나 눈쌓인 달나라같은 이 곳은 묘한 기분 속에 마음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한 사람이 다니고 두 사람이 다니다보니 남극까지 길이 난게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 왔었길래
이런 자연의 길이 생겼을까.

'길이라는 것이 어찌 처음부터 있단 말이오.
한 사람이 다니고 두 사람이 다니고,
많은 사람들이 다니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법'이라는 <다모>의 대사처럼
분명 사람이 다녀 생긴 길일 텐데
이 먼 곳에 길이 생길 정도로 많은 사람이 왔었단 말인가?


-남극이라고 꼭 추운 것만은 아니다-

짧은 등산으로 올라온 정상.
맑은 날씨에 어느새 온몸이 땀으로 흥건하다.
화산섬이라 열기가 더했을 수도 있지만
2월의 남극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춥지 않다.
DJ가 있는 열흘 동안 영하로 떨어진 날으 없었고 날씨도 맑아
늘 트레킹을 마칠 때쯤이면 땀이 나곤 했다.

화산섬 위에서 본 대자연의 모습에 다시 한번 감탄한다.
청정의 파란 하늘에 더 하얀 구름, 그리고 바다...
깨끗해진 마음은 다시 한번 화산같이 불타오른다.


-인간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의 조화(?)-


내려와서는 아까 지나친 기름탱크들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다시 보니 그 거대한 탱크들 옆에 집이 하나 있는 게 아닌가?
형태가 잘 보존되어있는.

 

 

 

 

 


-남극에서 이런 더대한 구조물을 보게 될 줄이야. 기분은 으스스해졌다-

가까이 가니 탱크는 정말 거대했다.
압도되기에 충분할 정도로 거대했다.
무척이나 견고하고 내부가 뚫린 곳도 있었다.
이런 초자연적이 곳에 이런 초인간적인 구조물.

마치 괴물같았다.
<천공의 성 라퓨타>의 한 장면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이 모든 철구조물들이 로봇이 되어 일어나지는 않을런지.
혹은 저 구석에서 몇십년 동안 고립되어 살아온 어떤 사람이 튀어나오지는 않을런지...


-지구가 멸망하고나면 이런 폐허가 되겠지-


처음 보는 대자연 앞에서 작아진 DJ는
처음 보는 '인간적인 무언가' 앞에 다시 한번 작아진다.
먼저 여기를 거쳐간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길래...
아니,
어쩜 저 안엔 인류 최대의 기밀이 숨겨져있을지도 모른다.
온 인류를 멸망하게 할, 혹은 온 인류를 구원할
그런 엄청난 기밀이.
물론 진실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이런 극지방에서 인간이 살았던 이런 구체적인 흔적이 있다니-

옆에 있던 집은 양호했다.
언제 지어진 것인지는 몰라도 이 정도면 비상시 바람막이 피난소로는 충분하지 않을가 싶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허걱!
가구들도 형태가 남아있었다.
특히 주방기구들은 너무도 멀쩡했고
창문만 달고 청소하면 금방이라도 임시 피난처로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남극에도 삶과 죽음이 있다-


한 켠에는 이런 죽음의 순간도 있었다.
누군지 모르는 사람의 묘.

남극에 와서 죽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이런 척박한 화산섬, 그것도 지구의 극지방에 있는 화산섬에 묻힌 사람이라...
화산석으로 만든 무덤,
나무가 있을 리 만무한 이곳에서 집의 어느 한 부분을 떼어 만들었을 십자가.
기분이 묘해졌다.


-이렇게만 보면 고물상 앞에 와있는듯-


한켠에는 마치 고물상처럼 온갖 철물들이 쌓여있었다.
기둥같이 생긴 것에서부터 계기판이 달려 살짝 정교해보이는 탱크까지...
과연 이것들은 모두 어디에 쓰였던 건지,
과연 이 곳엔 뭐가 있었던 건지...

 


-도대체 이 곳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을까?-

정말 아무도 모를 인류 멸망 혹은 구언 프로젝트가 실행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리고 모든 비밀을 숨기기 위해 관계자들을 모두 없애버리고...
으스스한 기분은 으스스한 음모이론을 생각하게 했ㄷ.


-탐험가의 간지가 좔좔-

다시 Orlova로 돌아갈 시간.
그런데...
이런 말도 안되는 황당한 일이!
배로 돌아가 수영복을 챙겨서 다시 돌아온단다.
오후 일정은 이 뜨거운 화산섬 해변에서 해수 온천욕을 한다는 것이다!

정말 말도 안되는 일 아닌가?
남극의 화산섬에서 수영이라니!
믿기진 않지만 다들 흥분 상태였다.
여행 다닌다고 다닌 사람들이 모여있는 이 남극탐험대도
이런 흥분된 경험은 처음일 테니까.

 


-남극에서의 온천욕: 완전 흥분 최고치-


수영복을 챙겨입고 다시 돌아온 Deception Island!
모두의 얼굴은 흥분으로 가득했다.

수증기로 신비로움 완전 충만한 해변엔
이미 도착한 친구들이 수영복을 입고 첨벙첨벙.
수영복을 입고 들어간 해수는 정말 뜨거웠다.
바닥 역시도 뜨거워 발을 다 디딜 수 없을 정도였다.
천연의 찜질방 그 자체랄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의 얼굴엔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가득-

뜨뜻한 화산석 해변에
따뜻한 바닷물,
그리고 따스한 햇살과 깨끗한 공기...
모두 이렬로 누워 흥분과 신비로움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물에 몸을 담그고 팔꿈치로 바닥을 짚어 누워본다.
믿을 수 없는 대자연의 축복 속에 나도 모르게 깊은 숨을 마시고
부풀은 가슴에 고개는 절로 뒤로 젖혀진다.

잠시나마 여행의 긴장이 다 풀어진다.
아니, 그동안 쌓여온 삶의 긴장이 다 풀어진다.

나를 비추는 따뜻한 햇살과 마음까지 정화시키는 시원한 바람,
그리고 온 몸을 따뜻하게 감싸는 물...
무엇이 부러울까.
모든걸 다 가진 듯 이렇게 마음이 평안한데.
그것도 1년을 준비해서 온 이곳 남극에서!


-DJ 인생 멋진 순간 Best10 중 한 순간-

일생에 한번 오기도 어려운 곳에서
일생에 한번 하기도 어려운 경험!
돌아가면 이 역시 먼 과거의 일이 되버리고 말겠지만
그래도 이 멋진 순간은 죽을 때까지 가슴에 기억될 것이다.


-자연의 기(氣)를 흡수하고 있는 Eric-

케빈메이트 Eric도 대자연을 즐기고 있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단전호흡을 하는 동양적 정서를 지닌 아이였는데
이 친구 역시 이 곳의 대자연을 온몸으로 흡수하고 있는 듯했다.

아무리 화산섬이라 해도 남극은 남극.
이 안의 모든 물이 따뜻한 것은 아니다.
아마도 Eric 뒤 수증기가 있는 선까지가 한계선일 듯.
그 선을 넘어가면 역시나 차디찬 남극의 해수일 뿐이다.

다들 누가 더 멀리 헤엄쳐 갔다오나 내기를 했었는데
다들 5m도 못가서 뛰어돌아왔으니...
그렇다.
여기는 남극이다.


-아쉬움을 안고 Zodia으로-

수건 걱정을 할 필요 없다.
우리는 수영복만 입고 가면 되고
타올은 스탭들이 모두 준비를 하니까.
물기만 닦고 샤워는 Orlova로 돌아가서 하는 시스템이다.

다들 물기를 닦고 Orlova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모두의 얼굴은 아쉽지만 행복한 표정으로 가득.
나와 마찬가지로 평생 못잊을 경험을 한 거니까.


-눈덮힌 화산섬에서의 온천욕, 평생 잊지 못할 기억-

준비가 된 사람들은 Zodiac에 올라탔다.
시동을 건 Zodiac이 Orlova로 향했다.

앞으로 달리는 Zodiac과는 달리
모두의 고개는 뒷편의 섬으로 향해있었다.
방금 전 걸어올라갔던 아직 눈덮힌 산의 정상,
방금 전 몸을 잠궜던 뜨거운 해변...
그 하나라도 더 눈에, 아니 마음에 담으려는 듯.
남극에서의 하루 하루가 다 소중하지만
특히나 오늘 하루의 무지 특별한 경험을 잊지 않으려는 듯.


-신발 소독은 필수-

배로 돌아오면 선실로 들어가기 전 반드시 거쳐야할 단계.
바로 신발 소독이다.
만약의 박테리아들에 대비하여 선실 앞에 있는 저 통 속의 소독수에 신발을 깨끗이 닦아야한다.
신발에 낀 이물질은 사진에 보듯 스탭들이 제거해준다.
여기까지 하고나면 선실로 입장 가능.


-남극탐험의 역사에 나도 낄 수 있을지-

저녁식사 시간 모두의 웃는 얼굴은 뽀얗게 변해있었다.
뜨뜻한 물에서 온천을 즐겼으니.
다들 오늘의 특별한 경험을 나누며 아직도 흥분해있는 듯.

밤엔 강당에서 남극탐험의 역사에 대한 영화 상영이 있었다.
그래.
저런 사람들이 이런 화산섬에 와서 집도 짓고 공장도 만들고 했겠지.
그러니까 그런 철물 쓰레기들이 있었겠지.
그중 어떤 사람은 죽어서 무덤 속에 묻혔을 테고
어떤 사람은 우리같이 신나게 온천을 즐겼겠지.

재미있는 상상에 빠지다보니 어느새 졸음이 밀려왔다.
온천욕으로 온몸이 쫙 풀어졌으니까.

케빈으로 돌아가 나의 보금자리 2층 침대로 올라가 누웠다.
깨끗이 청소된 침대는 어느새 따뜻한 해변이 되고
사각사각 소리나는 이불은 따뜻한 바닷물이 된다.

눈을 감는다.
철썩철썩 고요한 해변의 파도소리가 들린다.
감은 눈 앞엔 신비롭던 수증기가 가득하다.
상쾌한 바람에 수증기가 걷히고 다시 파란 하늘이 나타난다.
따뜻한 화산섬에 누워 쳐다본 그 하늘은 어두워지고
하나 둘 별이 뜬다.

이곳은 남극이다.


-여행 TIP-

1. Library엔 언제나 차, 커피, 과자가 준비되어있다.
landing 전후 입이 심심할 때, 살짝 몸을 녹일 때 이것들을 이용하자.
사교의 장으로도 좋지만 나라별로 보이지 않은 세력다툼이 있어 맘이 편하진 않다.

2. landing 하는 곳마다 트레킹 코스가 있는데 힘들지 않으므로 천천히 무리들과 함께 올라가도록 하자.
길어야 1~2시간이니 상쾌한 운동이다.
단 스탭들 말을 잘 따르고 웬만하면 무리들과 섞여 가자.
올라가다보면 땀이 나므로 너무 두껍게 입고 가지 않도록.

3. landing 후 선실로 들어가기 전에 신발 소독을 꼭 해야한다.
1차로 솔에 신발을 문질러 이물질들을 제거하고
그렇게 해도 안빠진 이물질들은 기다리고 있는 러시아 스탭들이 청소를 해준다.
그들의 OK 사인이 있어야 선실로 들어갈 수 있다.

4. Deception Island엔 총 2회 landing을 했다.
1차 landing 이후 다시 배로 돌아오므로 그때 수영복을 입고 가면 된다.
들고 가면 섬에 도착해서 갈아입어야하므로 반드시 입고 가서 벗기만 하면 되도록 준비한다.
스탭들이 큰 비치 타올을 충분히 준비해서 가므로 몸만 가면 된다.


Scrap: Lonely Nomad on This Little Pl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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