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인도(女人島) ▒▒이조 중종때의 일이다.
뭍에서 멀리 떨어진 남해의 절해고도에 여자들만이 사는
여인도(女人島) 가 있었다. 그 풍문을 듣고 단신으로
뱃길에 오른 김 서방은 천신만고 끝에 섬을 찾아내어
올랐다. 섬에서는 김 서방의 난데없는 출현에 온통 벌집을
쑤셔 놓은 듯 술렁거렸다. 외계와 절연된 고도의 여인들에게
있어 김 서방은 난생 처음 보는 외계인이었기 때문이다.
김서방은 상상했던 것이 막상 현실로 나타나고 보니,
이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싶어 제 살을 꼬집어 보기까지 했다.
더욱이 여인들의 자태가 한결같이 아름다웠으므로 취하다못해
넋을 잃을 지경이었다.
이윽고 김 서방은 여인들로 에워싸인 채 어떤 늙수그레한
여인에게로 안내되었다. 그 여인은 김 서방에게 공손히
인사한 후, 추장에게 곧 알현을 해야하니 샘터에 가서
목욕을 하라면서 한 아름다운 젊은 여인을 불러 시중들도록
명을 내렸다. 여인을 따라 샘터에 당도한 김 서방은 바닷물에
찌들은 옷을 벗었다. 이때 시중들던 여인이 김서방의 몸을
보더니만," 어머! 꼬리도 있네? 손님의 몸은 저희들과 아주
다르게 생겼군요. "하면서 매우 신기하다는 듯 만지작만지작
했다.
김서방은 " 남자와 여자는 본디 다른 법이오." 라고 뽐내면서
만지게 내버려 두었다. " 그런데 왜 꼬리가 자꾸만 커지면서
딴딴해질까요? "여인은 별 괴상한 것을 다 본다는 듯이 눈을
휘둥그렇게 떳다." 그것은 여자가 만지면 커지라고 생긴
물건이기 때문이오. "" 참 신기한 물건이군요. 그런데 이
주머니는....? "" 으윽! 그렇게 힘주면 큰일나요.
그건 남자에게만 있는 아주 귀중한 씨주머니라는 건데...""
씨주머니요 ? 어머, 그러고 보니 감자 같은 것이 두개나 들어
있네. 어떻게 꺼내 볼 수가 없나요? "하면서 여인이 손아귀
힘으로 훑어내려고 하는 바람에 질겁을 한 김 서방은 후다닥
물속에서 뛰어나오고 말았다. 목욕을 마친 김 서방을 다시
어여쁜 여인의 안내로 추장을 알현하게 되었다. 추장은 나이가
삼십 안팎의 매우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듣자하니 손님의
몸에는 괴이한 꼬리가 달려 있다는데 도대체 어떻게 생긴
것이오? " 추장은 김 서방을 보자마자 심히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다짜고짜 물었다. 김 서방은 냉큼 바지를 벗고
추장 앞으로 다가섰다." 이 꼬리같이 생긴 몽둥이는 도대체
뭣하는 거요? "김 서방의 물건이 벌써부터 잔뜩 성난 상태였으니
몽둥이란 말을 들을 만도 했다. " 네. 이것은 여자의 배앓이를
치료해 주는 소제봉(掃除棒)이라는 연장이옵니다. "김 서방이
능청스럽게 이렇게 대답하자, 추장은 무릎을 탁 치면서 " 그것
참 신기한 연장이군요. 내가 요사이 배앓이로 잠을 잘 이룰 수가
없었던 참이었는데, 그 연장으로 고쳐 줄 수가 없겠어요? " 하고
눈을 빛냈다. " 여부가 있겠습니까? 곧 소제봉으로 치료를
해드릴 테니 다른 사람들은 물러가게 하옵소서. "이 말에 추장은
시녀들을 물러가게 한 후 김 서방을 내실로 안내했다."
아주 말끔하게 소제를 하게 되면 배앓이는 당장에 가실겁니다.
그러하오니 제가 시키는데로 옷을 모두 벗으시고 침상에
누우십시오. "추장이 옷을 벗고 침상에 눕자 김 서방은 자신의
소제봉을 앞세우고 추장에게 다가갔다. 이리하여 소제 작업은
정성스럽게 시작되었다. 추장은 처음 겪어보는 형언할 수 없을
만큼 황홀한 작업이라 교태 섞인 소리로 소제봉을 빼지말고 천천히
오래오래하라고 당부했다." 추장님! 소제작업이 이제 끝났습니다.
어떻습니까? "" 그 소제작업이 참 좋군요, 배앓이는 이제 씻은
듯이 가셨고 십년 묵은 체증이 다 떨어질 정도로 황홀하고
후련하네요.... 앞으로 소제작업을 자주 해주시오"추장은 땀이
송알송알 내밴 얼굴을 치켜들면서 극히 만족스러워했다.
이후 부터 김 서방은 추장의 주치의로서 밤 낮을 가리지 않고
추장의 부름을 받기만 하면 정성스레 배앓이 치료를 해주었다.
그 소문을 듣고 찾아 오는 배앓이로 잠못드는 수많은 외래환자들도
치료하는데 게을리하지 않았다.
近視死馬目 가까이서 보면 죽은 말 눈같이 보이고
遠看舊年瘡 멀리서 보면 오래된 부스럼자욱 같네.
兩脣無一齒 양 입술은 있어도 이는 다빠지고 없는데
能食數萬糧 수 많은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도 먹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