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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야기

고진감래 (별 궤적 촬영 일기)

고진감래(별 궤적 촬영)

 

사진 찍기를 좋아해 왔던 내가 좀 더 전문가적 사진을 찍고 싶어 2014. 9월 한양대 안산캠퍼스 사회교육원 사진반(초급반)에 입학하여 초급반 과정을 마치고 지금은 중급반 과정을 익히고 있다.

지금도 거의 습관적으로 작품다운 사진을 찍기 위해 빈번히 출사를 다니고 있지만 아직 작품다운 다운 사진은 한 장도 찍지 못했다.

내 취향은 주로 해안 일출 일몰 풍경과 호수반영을 좋아하는데 그중 야경을 더 즐겨 찍는다.

하지만 아직도 교수님 평점은 기대이하라 한다.

맛이 없다 한다. 1%부족하다 한다.

그간 여러 가지 촬영기법을 익히고 있지만 그중 내 마음에 드는 것이 별 궤적사진이다. 이는 사진반에 들어와 처음 접해본 분야인데 내가 좋아하는 조건을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수면의 반영이 있고 야경의 끈끈한 맛을 곱씹으며 촬영을 하면서 반짝이는 별의 움직임을 감상하기가 시적인, 음악적인 맛이 순간적인 일출 보다 훨씬 정감이 있는 풍경이기 때문이다.

또한 황홀한 노을빛을 시작으로 해가 지고 나서 황금 빛 노을을 찍은 후 별 궤적을 찍어야 하기에 일출을 포함한 순간적 해상 반영 보다는 저녁의 일몰과 노을과 별 궤적으로 이어지는 촬영과정이 훨씬 더 마음에 든다.

 

일출 일몰도 하늘이 받쳐 주어야 하지만 별 궤적은 더 까다롭다.

우선 하늘이 청명해야 한다. 한마디로 구름 한 점 없는 날이라야 한다.

이런 날이 일 년에 며칠이나 되겠는가???

또한 별 궤적은 걸칠 주제가 필이 있어야 한다.

큰 나무나 교회 탑. 불상 . 정자 등의 구조물이 있어야 궤적이 살고 북향에 높은 산이 없어야 별 궤적 촬영 공간이 확보된다.

나아가 주제 뒤에 수면이 있어 주변 풍경 반영이 잡힌다면 최고의 포인트가 된다.

수면이 호수가 아닌 바다라면 물 때 까지 확인해야 하기에 이런 촬영 포인트를 찾기는 전국적으로도 만만치 않다.

하여 그간 별 궤적 촬영을 위해 여러 번 출사를 했었지만 마음에 드는 궤적을 잡지 못해 오다가 오늘 그런대로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어렵사리 찍고 나서 그간의 고생담을 글로 남기고자 한다.

 

2015.03.12.. 19:00-22:00 사진 스터디 반에서 별 궤적 촬영기법 및 장소 토론.

참석자 4명 중 나만 별 궤적 촬영 경험이 없다.

화성 산속 촬영(산이 막혀 궤적이 안 좋을 것이라 함)을 제안했으나 고경란 여사가 미생다리 상공의 궤적을 보여 주며 그곳으로 가자하여 합의함.

 

2015.03.19. 목요일. 19:30-20:30 스터디 반 동료들과 시흥 미생의 다리 별 궤적을 찍으러 갔으나 주변의 도시 야간 조명 탓으로 별이 보이지 않아 허탕치고 귀가함.

 

2015.03.21. 토요일.18:30-20:30 화성 시 매송면 야산에서 고목과 사당을 주제로 잡고 고경란 과 둘이서 출사.

중천에는 별이 총총한데 북쪽방향에는, 안산시 상공 방향에는 스모그 현상으로 별이 보이지 않았고 비행기가 자주 날라 궤적촬영에 부적합하다 하여 포기하고 철수 함.

 

 

 

2015.03.22. 일요일. 14:30- 23:30 태안군 고남면 장곡리 운여 해변 솔섬 /별 궤적 출사

스터디 주관자 파타이 와 둘이서 출사함. 현장은 청명한 날씨이나 바람이 강하게 불어 수면 반영도 생기지 않았고 하늘에 구름이 없어 황홀한 노을도 생기지 않았음. 허나 밤에 별 궤적 촬영은 그런대로 적지인 듯함.

 

거의 포인트 조건을 갖추었는데 주제가 잎이 나지 않은 나뭇가지라 조금 부실하고 호수 건너편 술 숲의 수면 반영도 잡초에 가려 선명하지 않았음.

일정인지, 위치인지 수많은 별 들이 아주 선명하게 반짝이고 있었음.

집에 와 작업을 하고 보니 생각했던 대로 별 궤적은 아주 선명하고 화려하고 좋은데 주제가 흐리고 반영이 선명치 못해 아쉬운 사진이 됨.

 

 

 

2015.04.10..18:00-22:30 용인 와우정사 별 궤적 촬영.

수도권에서 가까우면서도 한적(도시 조명 상 )할 것 같아 와우정사 불상을 주제로 잡고 18:00시 혼자서 출사를 나갔으나 하늘에 별이 별로 보이지 않았고 비행기가 자주 출몰하고 불상이 전등 조명으로 너무 밝게 나오고. 용인시가지 조명 영향으로 서쪽 하늘엔 별 궤적이 잡히지 않아 결국 실패한 사진이 됨,

옷을 챙겨 입고 갔었지만 춥고 동동거름을 치면 절의 개들이 짖어 대서 함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발발 떨면서 찍었는데…….

촬영 포인트 선정의 중요성을 한 번 더 일깨워 준 촬영이었음 .

 

 

 

 

 

2015.04.19.일요일, 종일 비 .15:00-19:00

비로 해서 오전에 집에서 소일하기는 지루하여 집사람을 대동하고 서산지역으로 드라이브를 겸해서 지도상에서 선별한 별 궤적 촬영 포인트를 답사함.

서산시 운서면에 있는 고풍 저수지와 팔봉면에 있는 솔감 저주지. 당진 도비도항 선착장과 왜목 마을을 정찰하며 안개 낀 바다풍경을 담고 왔음.

 

2015.04.25.토요일 .맑음. 04:00-08:00 영종도 출사

하루 종일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하여 새벽 및 야간 촬영을 마음먹고 집사람 대동하고 04:00에 기상 영종도 거잠포 선착장 여명과 인천대교 일출 장면을 찍고자 출사 했으나 일출 위치가 대교 좌측으로 멀어 철탑 위에 앉은 해는 찍지 못하고 귀가함.

움직임이 없는 항구 풍경은 색감도 시원하게 잘 잡혔으나 선착장에서 셀프 2초로 나를 넣었으나 시간이 짧아 주제가 흔들려 삭제해 버리고 인천대교는 해 뜨는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그냥 대교 옆에, 여객기 진입지점쯤에 갓길 주차 후 자리를 잡고 보니 상당거리를 지나가면서 방향이 이탈되어 예상된 장면을 잡지 못함.

거잠포 쪽에서 대교 쪽으로 이동하며 해 뜨는 위치를 확인할 수 있으면 포인트를 찾기 쉽겠는데 스모그 현상으로 해 뜨는 위치를 예측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다시 간다 해도 문제가 될 듯하다.

제방 위를 걸어가면서 위치를 잡아야 하는데 차와 같이 하려니 문제가 된다.

운전자가 있으면 가능하겠다.

귀가하여 조식하고 병원에 가 허리 물리 치료 받고 사진을 점검 보정 쓸 만 한 놈 다섯 장을 건진다.

 

17:20-23:40 태안 덤섬 출사

18:50 서산 솔감 저수지 제방에 도착 덤섬 방향의 석양촬영 포인트를 확인하고 이어 태안군 태안읍 도내리 덤섬 촬영 포인트(개인 소유 전원주택/ 농장)를 찾아가 별 궤적을 찍으려 왔다고 승인을 받은 후 다시 저수지 제방으로 나가서 일몰 촬영.

19:50 덤섬 포인트에서 사진기 펼쳐 놓고 별이 뜨기를 기다림.

20:00분을 넘어 서니 하늘엔 반달이 낭랑하고 달 주변에도 별이 선명한데 덤섬 상공에는 별이 보이지 않는다.

달이 너무 밝아서 그런가???

역시 별은 그믐날에 찍어야 되는가 보다.

북두칠성이 거의 머리 위 상공에서 보인다. 카메라 앵글로는 잡히지 않는다. 와우정사 출사 시는 60도 북쪽 상공에서 보였던가 싶은데 그사이에 벌써 여름 하늘로 변한 가보네…….

덤섬을 주제로 잡으니 별이 안 보이고 머리 위 상공으로 앵글을 맞추자니 풍경 주제가 안 잡히고 ……. 걸치는 주제를 우선하자니 아무래도 별이 제대로 찍힐 것 같지 않다.

20:20분이 되어 사방은 분명 어두운데, 하늘에 별들이 총총한데 북쪽 하늘만 별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오늘도 허탕 칠 것 같다.

몇 장 시사해보니 바다 풍경은 마음에 드는데 별이 안 보여 반신반의 하며 어차피 내친김이니 그냥 자동을 건다.

집사람이 준비해온 컵라면으로 저녁을 때운다.

그리고 차에서 눈을 붙이고 몸을 쉰다.

사진 걱정으로 잠은 오지 않는다.

21:30분 카메라를 확인하니 120여장 찍혔다.

LED화면에는 풍경 사진만 어둡게 보일 뿐 별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확인, 확인 하며 22:15분에 192장이 찍힌 것을 확인하고 카메라를 철수 귀가 함.

 

22:50 서산시를 지나 서산 IC 중간 지점인 음암면 국도를 지나는데 갑자기 고라니가 중앙선 철책사이에서 차로 뛰어 든다.

0.5초의 순간인 듯 피할 수도 없고 부레크를 밟았지만 텅하고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뒤따라오는 차도 있고 분명 고라니를 보았기에 정차 할 필요가 없어 계속 주행은 하지만 기분이 참 찝찝하다. 고라니의 운명이 왜 내차에서 마감되어야 하는가를 생각하니 참 씁쓸하고 죄스런 마음이 앞선다.

오늘 사진도 실패하고 차도 많은 고장은 아니겠지만 범퍼에 흠집이 났다면 추가로 생돈이 들어갈 것이니 경제적 손실이 초래될 것이기에 집사람 말대로 오늘 내가 너무 설친 것 같아 후회도 되고 더더욱 할 말이 없다.

불행 중 다행으로 다른 사고로 연결되지 않았음을 다행으로 치자고 위로 하며 가속 페달을 밟는다.

11:40에 집에 도착하여 차를 확인하니 번호판 밑의 범퍼 일부가 5센티 정도 깨져있고 고라니 털이 여기 저기 붙어있다.

적어도 고급차종이고 아직 신차 수준인데 깨진 곳을 뽄드로 때우고 탈 수는 없기에 새 범퍼로 바꿔야 할 것이고 그러자면 백 사오십 만원의 경비가 나올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보험 처리해야 갰다. 내일 날이 밝으면 신청하자.

 

속도 좀 상하고 컵라면만 먹은 터라 시장 끼도 있어 맥주 한 병을 마시며 찍어온 사진을 컴퓨터로 이전한다. 석양 20, 궤적은 192매이다.

무 보정상태의 화질은 하늘이 짙은 밤색으로 어둡게만 보인다.

실패 여부를 확인키 위해 포토샵을 열고 첫 장을 열어 자동노출. 자동 톤, 곡선으로 명도 - , + 조금 보정 하고 선명도에서 언삽 마스크를 선택 하니 하늘색도 푸르고 별이 보인다.

!!!! 다행이다 . 실패하지 않았네.

LED화면에서 보이지 않던 별이 기본 보정을 하니 별이 보인다. 이러면 합성 시 궤적이 잡힐 듯하다.

내친 김에 보정과 합성을 완료하자.

192장을 자동화 일괄처리 보정하고 이어 스타 트레일스 합성프로그램으로 합성을 지시하니 궤적이 이어 진다.

여보 ! 여보 ! 별이 살아 있어 ! 오늘 성공이야 !!!

잠자리에 든 집사람을 불러 궤적이 이어지는 과정을 보이며 오늘 촬영에 동조해준 덕이라고 감사의 인사도 전한다.

맥주 세병을 마시며 새벽 두시까지 작업을 마친다.

궤적도 정상적으로 잡히고 수면의 물이 만수위가 아니어서 일부 갯벌이 보기 흉할 것으로 예상 했었는데 그것이 오히려 더 끈끈한 맛을 북돋아 준다.

오 성공 ! 성공…….

그간 찝찝했던 기분이 확 풀린다.

사진 제목을 고진감래라고 명명해야 갰다.

고생한 보람이 있다.

별 궤적 다섯 번째 출사 만에 그도 고생고생 끝에 거둔 성과이다.

! 이젠 자야겠다.

눈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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