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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송시

거리/백장우

 
       

      거리1

      너는 모를거다
      때때로 내 가슴에 큰 소나기 쏟아져
      내 삶을 온통 적시는 것을
      어디론가 멀리 떠나가 꿈도
      없는 긴 잠 속에 며칠이고
      나를 눕히고 싶다
      너는 모를거다
      때때로 내 가슴에 큰 바람 몰아쳐
      내 눈과 귀를 멀게 하는 것을
      아무도 없는 어둠 한 구석 찬벽에
      등 기대 앉아 새벽이 오도록
      별을 바라보고 싶다
      너는 안다
      너는 내 마음 속에,
      나는 네 마음 속에
      이토록 크게 자리잡고 있지만
      때때로 우린, 철저히 혼자라는 것을

 

 

      거리.2

      그래, 그럴수도 있겠지
      너는 너를 살고
      나는 나를 살아
      우리의 삶이 많이 달라보일수도 있겠지


      네가 쫓는 파랑새가
      내 앞길엔 없고
      내가 찾아내 이름 붙여준 아주 조그만 별이
      네 하늘엔 없을수도 있겠지

      네 마음을 울리는 노래가
      내겐 별볼일 없고
      내 영혼을 사로잡는 시 한 편이
      네겐 그저 그럴수도 있겠지


      그래도 우린 이렇게 함께 살아가지
      가끔 서로의 살아있음을 확인하며


      넌 너의 이름을 갖고
      난 나의 이름을 갖고
      넌 너의 얼굴로
      난 나의 얼굴로

 

 

      거리.3

      그대와 내가
      어느만큼의 거리를 두고
      서로를 바라보는 일은
      참 좋다
      사랑은 둘이서 한 곳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각기 바라보는 것에 대해 이해하는 것


      그대는 그대의 길을 가고
      나는 나의 길을 가더라도
      우리 사랑 훼손받지 않기 위해 해야 할 일은
      그대가 어느 만큼의 거리를 두고
      나를 사랑하는 일
      내가 어느 만큼의 거리를 두고
      그대를 사랑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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