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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방긋 빵긋한 방문객/남오현

방긋, 빵긋한 방문객 / 남오현

 

스러져 가는 내 삶을 위해서

누군가의 방문이 필요해졌다.

바람이라도 따라 눕고 싶은 이쯤에서

촘촘히 짜인 질곡의 물결무늬

그 진하디 진한 숲 속의 해를 꺼내 와

갓 구운 빵처럼 건네주는

애인이 아니라도 좋을 것이다.

 

매끈하지 못해도

수수한 그렇고도 그런,

일상적인 이야기를

맛있는 빵을 뜯듯이 할 수 있는

익숙한 입맛의 느슨함으로

커피향 스며드는 편안함으로

아련한 추억의 그리움으로

 

그러다 어느날

식탁위에 보푸라진

일상의 빵 부스러기들을 모아

단단한 빵 꽃하나 덩그라니

마음 보석처럼 만들어내

내 생의 귀에 입이 걸리게 하는

그런,

방긋, 빵긋한 방문객이 필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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