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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송시

봄에는 본색을 드러내자/남오현

♠ 봄에는 본색을 드러내자 / 남오현 ♠

 

춥고 시린 겨우내

노랗게 말라 비틀어진 풀잎들

파란 속고갱이 싹눈을 키우고 있었네.

 

바람이 퍼붓는 눈발 속에서도

목련나무 우듬지

여린 솜털 꽃싹을 보듬고 있었네.

 

하늘을 나는 새떼조차

털갈이 날개 쭉지

겨드랑이 가려워 씰룩이고 있었는데

 

그렁그렁 가랑이 잡는 꽃샘 겨울에

그래도 대지의 넉넉함을 믿고

모두 본색을 드러낼 준비를 하는 거지.

 

우리네 세상살이

아리고 춥고 거동할 수 없는 겨울이었지만

이제 우리도 본색을 드러낼 때

 

파르르한 고난과 역경의 한 때 뒤엔

꽃숭어리 환해져 너울거린다는 걸 믿고 꿈꾸며

우리의 본색을 드러내자

 

이 봄에는

파릇파릇 희망의 푸른 싹을 키워

무조건 행복의 본색을 드러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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