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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목련 (11)

 


 
 

목 련 (Ⅱ)

하늘도, 땅도, 사람도
모두가 까만 세상
저마다의 색깔을 비춰주고자
알몸으로 달려 왔네
파랗게 맑고 청순하고
빨갛게 뜨겁고 정열적이며
하얗게 순진하고 온유하다는
삼지구엽(三枝九葉) 프레카드를 높이 들고
삼일간 낯과 밤을 죽기로 기도했지
메아리 없는 독백 교화된 것 하나 없고
똑같이 까마져서 낙화되니
세상은 당연한 듯,
언제 그랬었냐는 듯 헛기침 하나 없네.

1994년 4월 11일 천호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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