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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비가 온다.

 

 


 

 



비가 온다.
98년 8월 4일 .화. 새벽 수지읍에서

 

좍 좍 , 좍 좍
창 밖을 막고 귓속으로 장대비가 온다.
시상과 홍수가 범람하여 만삭이 된 가슴!
어제의 비 ,오늘의 비가 형제지간인가, 남녀지간인가?
영동으로, 지리산으로 오락가락 순회를 한다.


어제는 보슬보슬, 좍 좍
초가지붕, 기와지붕 고루 오라 빌었는데
오늘은 보슬보슬, 좍 좍
여기저기, 밤 낯으로 구분하여 오라 하네.

야영하다 수몰 당한 피서객에게는
육해공으로 구조단이 분주한데
전답에 가옥까지 수몰 당한 농부에게는
뿜어낸 담배연기와 잠자리뿐이네.


금지구역 경고무시하고 야영하다
가족 몽땅 잃은 한가장의 눈물은
관리사무소, 재난통제소, 기상청을 넘어
일년 내내 비어있는 국회까지 흘러간다.

비야 비야 오거라
좍- 좍- 오거라
IMF 시름, 날뛰는 망국족
모두 모두 쓸어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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