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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눈오는 날 ! 나의 이웃은? (11)

 





눈오는 날! 나의 이웃?(Ⅱ)



앙상한 나무 가지 사이로

하얀 눈이 춤을 춘다.

악 다문 침묵 앞에

말동무나 하자고

아픔을 아는 듯 눈물을 닦아주듯

하얀 눈이 춤을 춘다.


아빠가 실직한 집, 아들이 낙방한 집

자식들 살림 내고 영감 내외 사는 집

병원 비 없어 죽을 날만 기다리는 집

어느 집은 밍크 휘감고 해외 유람 가는데

담장 높이 보다 수만 배 높고 먼 이웃을 보며

裸木들은 할 말을 잃는다.


주인을 닮아 내일을 잊은 듯

빛 바랜 향나무는 눈을 맞는다.

할 말도 많고 사연도 많지만

눈도 없고 입도 없는 듯

다소곳이 온몸으로 눈을 맞는다.

이럴 땐 뒷집 멍멍이라도 풀러주면 좋겠다.


1996년 2월 13일 천호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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