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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낙엽

 

 

 

 

 낙 엽


그리도 드높던 이상은 간데 없고
삭풍에 떠밀리며 작별을 재촉 받아도
여보게 친구 ! 안쓰러워 말게.
지난봄 이미 예고된 오늘인데
그 날처럼 연두 빛 미소로 웃어 주게나 !

우리가 아무리 애원한다 해도
가는 세월 어찌 막을 수 있으리요 .
살아가는 아픔보다 환생의 기쁨을 위해
오늘을 감수하며 인사는 말기로 하세.
힘찬 발걸음으로 말없이 떠나 주게나 !

스산한 보도 위에 작은 소망 유언하고
그윽한 체취 뒤로 남긴 채
하얀 연기로 승천하는 자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던 내가 몸부림치거든
친구가 그리워 우는 줄 알아주게나 !

1993년 11월 20일
천호동 집에서 낙엽을 태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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