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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낙엽의 한

낙엽의 한

 

뼈만 남은 낙엽이 도로 위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사람, 버스 ,승용차, 덤프차가 짓밟고 지나갔고

삭풍이 내리 불고 치불고 겨우내 불었는가 하면

노란 색 미화원이 매일 같이 쓸어모아 불 살았고

입춘, 우수, 경칩을 지나 춘분에 이를 판에

너는 용케도 끈질기게도 살아남았구나!


공 상자를 반쯤 실은 짐 수래 앞에 팔순 할매가

힘에 부친 듯 손잡이에 걸터앉아 담배연기를 뿜어내고 있다.

뼈만 남은 낙엽도 오아시스를 만난 듯 태평스레 쉬고 있다.

테크노댄스 스텝을 밟으며 일련의 학생들이 지나간다.

청소차가 지나간다. 할매도 떠나갔다. 꽃샘바람이 분다.


뼈만 남은 낙엽이 도로 위에서 또다시 우왕좌왕한다.


지난가을 끊어진 인연에 아직도 미련이 남았음인가?

잡지 도 않고 아쉬워하는 내색도 없는데 한이 맺혔음이냐?

할 일이 있음이냐? 어찌하여 구천에서 맴돌고 있는가?

긴긴 겨울 밤 너와 헤어진 나목의 애끊는 몸부림은

이별이 서러워서가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 태교였음이야!


만나면 헤어지고 태어나면 반드시 죽어야하는 운명!

할 일도 없습니다. 한도 없습니다. 아쉬움도 없습니다.

세상의 섭리를 이탈코자 함이 아니라 확인코자 할뿐입니다.

내가 떠난 그 자리를 어느 누가 어떻게 차지하는가를 .

내 자리가 어찌 변하는가를 확인하고 싶을 뿐입니다.


뼈만 남은 낙엽은 오늘도 봄을 기다리며 우왕좌왕하고 있다.




2002년 3월 10일 안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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