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2003년 10월 5일.
장마로 굶었나. 가뭄으로 굶었나. 앙상한 얼굴에
연지 곤지 대신 밀가루와 된장을 발랐는가?
한을 곱씹으며 긴 목 뽑아들고 누구를 기다리나?
고기잡이 나간 남편을 그리는 아낙의 기다림인가?
바닷물에 빠져 죽은 부용(芙蓉)아씨의 한이 남아 있음인가?
살랑 살랑 소슬바람이
낙엽을 대동하고 지나간다.
코스모스는 긴 목 빼어들고
낙엽을 영접하는 듯 작별을 고 하는 듯
바람 사이로 자의 반 타의 반 춤만 추고 있다.
세파에 찌들 린 나그네 벤치에 누워
핑크 색 코스모스 한 송이 꺾어 물고
파아란 하늘을 바라보며 고향을 그리 다가
빠른 세월을 한탄하며 긴 한숨 쉬는데
고추잠자리 아는 듯 모르는 듯 맴돌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