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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송시

사람과 사람 사이 /홍인숙 글

 ♧ 사람과 사람 사이/홍인숙 글   ♧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안다는 건

나무와 나무의 속삭임을

들을 줄 아는 것입니다

긴 세월 침묵하는 나무들의 음성을

견고한 땅속으로부터 들을 수 있는

맑은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용서한다는 건

바다가 파도를 토해내듯

온몸으로 아파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밤새워 바다의 신음을 안고

울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손끝에 남아있는

마지막 욕심까지 버렸을 때

가능한 것입니다

마음을 비우고 다시는 채우려하지 않을 때

사랑은 완성되는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루어지는

삶이란, 인생의 끝이 죽음인 것을

서서히 확인해 나가는

힘겨운 과정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것을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

또한 우리의 삶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