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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마지막 남은 12월 달력

마지막 남은 12월 달력

 



마지막 한 장 남은 12월 달력이

쓸쓸이 찬 벽을 지키고 있습니다.

 

 

밖을 향한 창을 굳게 걸어 닫고

고요한 적막 속에 묻혀

상실과 좌절을 곱씹으며 사랑을 포기한 채

칠흑의 심연 속으로 가라앉기만을

기다리지 마시고

  

 

과감히 닫힌 창문을 열고 쳐다보면

차가운 하늘 위에 고고(孤高)한 달님은

추위에 떨고 있는 삼라만상들에게

재 넘어 다가오는 봄소식을 전해 주는 듯

잔잔한 미소로 손짓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매몰찬 바람이

동장군의 위력을 과시하듯

앙상한 나목(裸木)를 몸서리치게 하고

종종걸음 분주한 사람들의 옷깃을

안으로 안으로 여미게 하지만......

비록 닫혀 진 우리들 가슴에는

지난 가을의 여유로움과 다가오는 봄내음을

기다리는 믿음으로 해서

혹독한 엄동설한도 이겨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 남은 12 월 달력에서

상실과 공허를 보시지 마시고

못다 한 한해를 마무리 짓고

다시 시작할 1월 달력으로

교체하는 활동적인

한 달이 되시게 하시고

따스한 봄이 오면

화단에 무슨 꽃을 어떻게 심을 지를

계획하는 한 달이 되었으면 합니다.

 

2010.12.01 수요일 안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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