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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및 기행문

르르(꿈)

 

 
 

 

르  르(꿈)

 

중령 13호봉!

남은 2년을 위한 전직을 위해 삼각지 육군 본부를 방문하였다.

전역을 준비하는 자리니 만치 그리 바쁘지 않고 회계적인 책임이 없는 자리이기를 바랄뿐이다. 제대 말년이니 좋은 자리를 바란다는 것은 어불 성설이고 받아줄 상사도 없을 것이기에 바쁘지 않은 자리면 그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내 희망 보다 나를 쓸 상사가 그리 많치 않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고참이기에 부려먹기 힘들다는 것이 첫째 이유일 것이고

제대 말년이기에 일도 열심히 않을 것이며 고분고분 함도 없을 것이라는 선입관 때문에 제대 말년의 보직은 정말로 어려운 것이다.

하여 누구에게 부탁할 필요도 없이 인사운영감실에서 명하는 대로 가면 되지만 이는 마지막 카드이고 기왕이면 좀 더 편하고 부담 없는 자리가 있을 까 싶어 올라온 것이다.

동기생 몇 명을 만나 나의 보직문제를 의논해 보니 내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찾으려면 나의 보직에 힘이 되는 인사를 만나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바로 나의 동기생 000이란 것이다.

그는 대위 때 전역하여 보안사 문관으로 재직 중인데 그에게 부탁하면 원하는 자리에 갈수 있다고 한다.

그자라면 내가 바라는 자리를 포기할망정 그에게 보직운동을 부탁하고 싶지는 않다.

그는 인간이 안 된 놈이다. 그 인간 같지 않은 놈에게 무엇을 부탁 한 단 말인가...

내가 임관10(1977년4월)주년 기념 동기생 모임을 주관 면서 그는 접수를 맡았다.

회비를 얼마나 받았는지 모르지만 참석인원으로 봐서 2,30만원은 넘을 것으로 본다.

헌데 그날 모임(행사장 식대는 그가 계산) 후 일부동기생들과 2차를 하면서 남은 회비를 분실하였다며 단 한 푼도 나와의 만남도 기피하며 오리발을 내민다.

행사시 소요된 경비를 정산하고 잔금은 신임 회장에게 인계되어야 할 동기회 자금인 것이다.

결국 내가 준비한 동기생 수첩 발간비와 기념 타울 구입비 등 7만원의 비용을 내가 대신 물어야 했다.

7만원은 당시 내 한달 봉급이다.

그 후 그는 동기생 모임에 한번 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 그 한데 나의 보직을 부탁한다고?????

그를 만나 보라는 동기생들의 제언을 한 귀로 흘리며 식사나 하자고

삼각지로 나가기 위해 동기생 4,5명과 함께 육군 본부 후문(?)으로 나섰다.

실제 후문은 면회실 옆인데 이 후문이 아니고 미군 부대쪽으로

비상문 같은 아주 작은 쪽문이 나 있었다.

보행자들은 보이지 않았고 도로가 왕복 4차선으로 상당이 넓어 보인다.

얼마를 걸었는가 싶었는데 코끼리 열차가 온다.

하여 나는 맨 앞 자석에 올라앉았다.

동기생들은 어디에 탔는지 보이지 않았고

코끼리 열차는 어느 극장 같은 공연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연극 공연이 중지된 듯 조명이 밝아지면서 청중석까지 한눈에 보인다.

헌데 사람들이 모두 어려 보인다.

키로 보나 얼굴로 보나 모두 유치원생들이다.

아리따운 소녀하나가 코끼리 열차 앞으로 다가오며 나를 환영한다며,

기다리고 있었다며 길을 안내한다.

청중석에도 무대에도 모두 유치원생들이다.

환한 얼굴로 미소와 박수로서 나를 환영한단다.

헌데 가만히 다시 살펴보니 유치원생(5,6세)들이 아닌

키가 작은 난쟁이들만의 공연장인 것 같았다.

한 소녀가 나를 무대 옆으로 안내한다.

키는 작지만 얼굴과 몸매가 곱다.

하여 그녀의 허리를 들어 무대 위로 올려주는데 뭉클한 여체의 촉감을 느낀다.

이를 본 뒤에 있는 좀 더 어른스러운 아가씨가 딴 맘먹지 말라는 듯

점잖고 아리따운 미소로 경고를 하는 듯하다.

나도 무대 위로 올라 간 것 같았는데

앞에는 눈 덮인 설산이 멀리 보이고

황금색 잔디의 들판이 보인다.

옆에는 푸른 물의 호수가 보이고

호수와 잔디의 경계에는 빨갛고 노란 꽃들이

울타리 식으로 심겨저 있었고

군데군데는 화단처럼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주변은 온통 꽃밭이다.

 

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

감탄으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데

한 아가씨가 내게 다가와

“르 르” 한다.

“르 르?”

여기가 내 자리란 말인가!

르르!

르르가 어느 나라 말인지

무슨 뜻인지 모른다.

그녀의 표정으로 봐서

아름답냐고 묻는 것 같다.

나도 르르 하였다.

그녀도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르르 한다.

그렇다.

이곳에서는 르르 한마디면 족하단다.

호칭도 르 르

인사도 르 르

아름다워도 르 르

사랑해도 르 르

행복해도 르 르

 

집사람이 식사를 하라고 나를 부른다.

깨고 보니 꿈이다.

아 ! 오늘 골프는 잘 맞을 란가 보다

 

2007년 5월 30일 04: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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