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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및 기행문

사랑이 있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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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있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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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느 일요일 친구들과 어울려 마을 복판 어느 집 마당에서 친구들과 공을 차며

놀던 중 실증을 느끼고 친구들에게 등산을 가자고 선동을 하였고 합의가 되어 집에와

등산 장구를 갖춘 후 약속 장소로 나갔다.

내가 다소 늦었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친구들이 한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

이 이미 출발했다면 멀리 가지는 않았을 것이고 또한 여럿이서 떠들며 내가 뒤따라

올 수 있도록 속도를 늦추고 갈 것으로 생각하고 빨리 그들과 합세하기 위하여 뛰는

듯이 뒤따랐다. 마을 입구까지 나왔는데 길옆 도랑창에 마을 어른이 볏단을 가득 실은

짐수레에 깔린 체 다 죽어 가는 목소리로 구원을 청하고 있었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친구들을 따라 가야할지, 마을 어른을 구해야 할지 , 양쪽을 번 가라 처다 보며 잠시

혼란에 빠졌다. 마을 어른을 구하자니 등산을 못 할 것 같고 등산을 가자니 사람이 죽

을 것 같다. 헌데 이 어른은 마을에서 행실이 안 좋기로 호가 나 있어 그냥 죽게 내

버려두고 싶기도 했다. 허지만 아무리 미운 사람이라 할지라도 죽게 내버려둔다는 것

은 사람의 도리가 아닌 것 같았다. 전쟁 중에도 부상당해 낙오한 적군까지도 치료하여

준다는데 하물며 한 마을 사람을 모른 채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 같았다. 등산

이야 다음에 가도 되고 친구들과의 약속도 나중에 설명하면 되지마는 한번 죽

은 사람은 다시 살아 날 수가 없기 때문에 사람을 먼저 구하기로 생각하고 도랑으로

나려 갔다.

짐을 워낙 많이 실어 놓아서 그리고 도랑이 좁아 짐 수레는 꼼짝도 아니 했다. 결

국 고무밧줄을 끊고 볏단을 모두 들어냈다. 그리고 나서 둘이 합세하여 니아까를 밀

어내고 그를 부추겨 세웠다. 다친 곳은 없다 했다. 이제는 혼자서도 할 수 있다 했다.

그리고 고맙다고 했다. 당연한 도리를 했을 뿐이라고 인사를 한 후 등산을 계속하기로

마음먹고 발길을 재촉했다.

친구들이 중간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중지 할 수가 없었다. 헌데 아무리 전속

력으로 따라붙어도 친구들은 보이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안개까지 자욱하여 방향을 잡

을 수가 없었다. 친구들의 얼굴들만을 생각하며 나름대로의 판단으로 방향을 잡고 산

행을 계속하였다. 어디로 얼마를 왔는지 생각도 없이 발길만을 재촉하였는데 안개가

걷힌다 싶더니 산 아래가 그림같이 맑아 졌다. 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 여기가 어디

야 ? 마을 주변에 이런 곳이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는데.... 너무도 조용하고 경

치가 아름다워 꼭 하늘나라에 온 것만 같았다. 한 마디로 백두산의 천지연 같은 모습

이다. 하지만 주변 산세가 악 산이 아니고 부드러우며 호수 역시 파란색의 수면 넓이

가 비교가 안 될 만큼 넓다. 다시 정리를 하자면 시야 전체가 하나의 분지로 되어 있

고 분지 중앙에는 큰 호수가 있으며 호수 주변으로 여기저기 마을과 잘 가꾸어진 들판

이 보였다. 병풍같이 울을 이룬, 높지도 낮지도 않은, 부드러운 산 능선에는 숲이

울창하고 곳곳에 괴암 괴석이 자리하고 있어 풍취를 더욱 고양하는 듯 하였다. 마을들

은 그리 커 보이지는 않았고 대부분 초가집들이었지만 지붕을 새로 이은 듯 햇살을 받

아 노랗게 보였다. 바로 앞 산 아래에도 작은 마을이 있었는데 마을로 들어오는 길옆

으로 호수에 이르는 실개천이 굽이굽이 흐르고 실개천을 따라 바위 절벽으로 이루어진

야트막한 산이 있었는데 절벽 곳곳에 낙낙 장송이 걸려있고 능선 위에는 둥근 돌로 뾰

족하게 쌓은 돌탑들과 어울려 너무도 아름다웠다. 공기도 상쾌하다. 마시면 마실수록

가슴속이 맑아지는 것 같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마을 주변에 있다는 것이 이해

되지 않았다. 이곳은 우리가 등산 하려했던 산이 분명 코 아니다.

무엇인가 잘못된 듯 싶은데 , 먼저 온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간 거야 ? 친구도 찾을 겸

마을이 너무나도 아름답기에 내친 김에 구경도 할 겸 마을로 나려 갔다.

산비탈을 벗어나 마을 가까이 다가가니 한 아저씨가 밭에서 일을 하고 있다가 나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길 쪽으로 나왔다. 가까이 보니 얼굴이 눈에 익다. 어떻게 된 거야

.아까 개골창에서 내가 목숨을 구해준 술주정뱅이 아저씨가 아닌가. 헌데 그는 나를 몰

라보는 눈치다. 자세히 훌 터보니 얼굴은 똑같았지만 키가 훨씬 크고 몸도 뚱뚱 했다.

형제 간 인가, 쌍둥이 인가. 그런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으아 해 하는 나를 개의치

않고 아주 밝은 얼굴도 악수를 청했으며 자기네 마을에 온 것을 축하한다 했고 , 마을

을 구경 시켜 주겠다며 길을 안내했다.

나는 그의 위압과 밝음에 압도되어 아무소리도 못 하고 그냥 그의 뒤를 따랐다. 어

느 집에 도착하여 방문을 여니 방안에는 굉장히 큰 닭들과 구렁이가 우글댔다. 닭들의

숫자가 훨씬 많은 것으로 봐서 닭장에 구렁이 몇 마리가 닭을 잡아먹기 위해 닭장에

들어간 것 같은데 안내자의 말로는 같이 살고 있다고 했다. 통상 구렁이는 독이 없지

만 이 구렁이는 독도 많고 힘 도 세 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내자가 방안으로 들어가

구렁이의 목을 잡고 나무 기둥 가까이 대니 구렁이가 나무기둥을 물었는데 나무기둥이

5cm 정도는 파이는 듯 했고 독물이 마치 분무기로 뿜는 듯 기둥 밑으로 흘러 내렸다.

사람들이 이 구렁이에 물리면 즉사한다고 했다. 닭도 마찬가지이었다. 몸집이 큰 칠면

조만 하고 쪼는 힘과 발톱의 힘이 굉장히 세 다고 했다. 닭이 담 벽을 쪼는데 담 벽이

5cm 깊이로 파여 나갔다. 이들은 서로 잡아먹으며 살고 있다 했다. 구렁이는 닭을 잡

아먹고 닭은 구렁이를 잡아먹으며 산다고 하는데 얼른 이해가 되지 안았으나 그가 다

시 보충 설명을 해 주웠다. 구렁이가 닭을 잡아먹을 때는 외톨이가 된 닭이나 따

돌림을 받는 닭을 골라 닭의 머리를 물어 통 채로 삼킨다 했고 닭은 여러 마리가 합세

해서 한 마리의 구렁이를 잡아먹는데 먼저 한 마리가 구렁이에게 달려들어 구렁이를

공격하게되면 구렁이는 닭을 물게 되고 이때 다른 닭들이 몰려들어 공격능력이 없는

구렁이의 몸통을 입으로 쪼고 발톱으로 할 키면서 구렁이의 몸통을 동강내어 죽인다고

했다. 앞서 구렁이에게 물린 닭의 생명도 구하고 잡아놓은 구렁이는 똑같이 나누어 먹

고산다고 했다. 이런 생존 방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닭들은 서로 서로 모여 살려고

하고 구렁이는 모여있는 닭에게는 결코 접근을 못하고 있다 한다. 때문에 구렁이는 외

톨이 닭을 찾아 생계를 이어가고 닭은 살기 위하여 집단으로 사냥을 해야 한단다. 따

라서 닭이 배가 고파서 혼자 먹을 욕심으로 구렁이에게 덤벼들었다가는 구렁이에게 잡

아먹히고 또한 구렁이 역시 배고픈 것을 못 참고 한 무리의 닭에게 덤벼들었다가는 오

히려 제가 잡아먹힌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닭의 공동생활이

우리 인간에게 많은 교훈을 안겨 주는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절로 머리가 끄떡이어

진다.

닭장의 구경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마을 사람들이 일터로 나가는 듯 쟁기를 지고

소를 몰며 들로 나가고 있었다. 또한 노인들 세 명이 백발을 휘날리면서 마당을 쓸다

가 잠시 쉬면서 환담을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또한 동구 밖 조금 멀리에는 처녀들이

바구니를 들고 나물을 뜯기 위해 산으로 오르는데 치렁치렁한 머리 꼬리와 사뿐 사뿐

걷는 모습이 싱그럽다. 길옆에 아람 들이 나무를 최근에 베어낸 것같이 보였는데 놀

라운 것은 나무의 색깔이 금빛이고 나이테는 다소 검은 빛 이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나무가 밀가루 반죽 주무르듯 물렁물렁 하다는 것이다. 하도 놀랍고 신기하여 안내원

에게 경위를 물어 보았다. 이곳에서는 딱딱해야할 이유가 없다 했다. 바람이 불어도

나무 가지에 아무런 해를 입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무도 나무를 괴롭히거나 해하지 않

키 때문에 저항의식이 없다보니 본래 바탕대로 물렁물렁하다는 것이다. 안내원의 말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대자연은 약육강식의 먹이사슬이 근본생태인데 나무 집을 짓고

또 풀을 뜯어먹고 사는 동물들의 존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이해가 되지 안았지만

더 이상 묻지 않고 안내원을 따라 갔다.

어느새 마을을 지나 호수 쪽으로 나가는 길로 들어섰다. 앞서 이야기한바 있는 실개

천 옆의 바위절벽 밑을 지나면서 가까이 다가가 바위를 만져 보았더니 바위까지도 물

렁물렁 하였습니다. 물렁물렁한 바위 절벽이 수많은 돌탑을 받쳐들고 어떻게 지탱될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절벽 위에서 당장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저 수많은 돌탑은

어떻게 유지되는 것인지? 한마디로 신기할 뿐이다. 그리고 겁이 났다. 절벽이 무너져

바위에 묻혀 죽거나 아니면 무너져 내린 돌탑의 돌에 맞아 죽을 것만 같았다. 해서 빨

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나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나를 보고 겁내지 말라고 했다.

죄가 없으면 괜찮으니 염려할 것 없단다. 무슨 말이냐고 되물었더니 이곳은 이곳을 지

나는 사람의 심판대라고 했다. 굴러온 돌에 맞아 죽을죄를 지었다면 돌덩이가 굴러와

당신을 죽일 것이요, 사자에게 물려 죽을죄를 지었다면 또한 그렇게 될 것인즉 당신이

죄를 지었다면 죄의 대가를 달게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은 아까 나무의 유연성에 대하여 이해를 못 하는 것 같던데 그도 마찬가지야 .

그 나무도 사람들에게 잘려 죽을죄를 짓지 않았다면 사람들에게 잘릴 리가 없고 죄를

지었다면 잘리는 것에 이의가 없다는 것이야. 저기 봐! 저 농부 아저씨들 말이야 . 아

주 태평스럽게 지나가고 있잖아. 어! 저기 농부들 앞에 돌이 굴러 떨어지고 있구먼 .

그 장면은 나에게도 선명히 보였다. 농부들은 잠시 멈추는 듯 하더니 언제 그랬느냐

싶게 가던 길을 계속하여 걸어갔다.

저러다가 누군가는 죄 없이도 맞아 죽을 수도 있고 딱딱한 바위들보다는 훨씬 위

험도가 높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것은 당신 네 마을 사람들의 고정관념이라고 했다.

그런 고정관념을 타파하지 못한 사람은 이곳에서 살 자격이 없다 했다. 바위절벽 주변

의 경관을 둘러보고 모퉁이를 돌아서니 양지 바른 곳에 아담하면서도 유난히 깨끗해

보이는 농장이 있고 바로 앞에는 호수가 펼쳐져 있다. 파아란 수면 위에 은빛 물결이

빛나고 호수건너 멀리 앞산 능선에는 짙푸른 숲과 괴암 괴석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평화스러워 보였다. 호수에는 백조들이 유유히 노닐고 있었고 물 속에

는 색깔도 선명한 금붕어가 떼지어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한 아가씨가 양지바른 잔디밭에서 산나물을 뜯고 있었다. 사람이 아니고 마치 선녀

같았다. 너무도 예뻐서 그냥 지나 칠 수가 없었고 또 이곳에 와 안내원 이외 다른 사

람의 말도 들어보고 싶어서 그녀에게 접근 말을 걸었다.

[실례합니다.] 인사를 겸하여 그녀를 불렀는데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를 향해 돌아

서는 그녀의 모습은 "왜 부르느냐 ? "하는 의혹에 찬 표정이 아니라. 오래도록 기다리

고 있었던 듯 반가움에 입이 저절로 벌어진 듯 환하게 정말로 대 보름달 같은 미소로

나를 바라보는데 나는 그녀의 밝은 미소에 나의 온 몸이 공개되는 듯 부끄러운 생각이

들기도 하고 캄캄한 가슴속이 환하게 열리는 것 같았다. 나는 할 말을 잃고 그냥 미소

로서 그녀에게 목례를 보냈다.

[ 잘 오셨어요 . 오실 줄 알았어요 ...]

[...................]

[기분이 어떠하세요 ?]

[저는 이곳에 등산 온 사람인데 이곳에서 본 신기한 장면들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안

습니다.]

[이해도 어려우시고 의혹이 많으시겠지만 모두가 사실이니 그대로 믿으세요.]라고 나물

캐는 아가씨는 말했다.

[나 같은 사람도 이곳에 와 아가씨와 같은 미녀와 결혼해서 살수가 있는지요 ?] 라고

물었더니 얼마든지 결혼하여 이곳에서 살수 있다고 했다. 모든 것은 내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했다. 내가 결혼하고 싶으면 하고 생각이 없으면 안 하는 것이라 했다.

결혼이 어찌 나만의 뜻만 가지고 성사될 수 있느냐고 다시 물었더니 이곳에서는 [ 노

]란 말이 없다고 했다. 쉽게 말해서 내가 그녀에게 결혼신청을 하면 그녀는 싫다는 대

답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결혼이 성사된다는 것이다. 부언하면 처녀 총각

일 경우 누군가가 먼저 결혼하고 싶어 청혼하게되면 상대는 [노]라는 소리를 못하니까

자동 성혼이 된다는 것이다.

[ 상대가 청혼한다고 내가 싫은데 어떻게 승낙을 할 수 있어요 ?]

[싫은 것이 어데 있어요 . 싫다는 것은 욕심에 반하여 생기는 것이므로 욕심이 없다면

싫다는 것도 없겠지요. 따라서 모두가 반가운 사이, 사랑하는 사이임으로 누가 먼저 제

의하느냐가 문제이지 제안만 되면 결혼은 성사가 되는 것이지요 ].

[결혼자격이 없는 유부남이 처녀들에게 청혼을 해도 성사가 됩니까?]

[ 그런 일은 결코 이곳에서 일어날 수가 없어요. 무자격자가 청혼한다는 것은 무책임

한 자로서 사욕에 광분한자들의 소행인데 그들은 이곳에 올 수도 없고 만에 하나 뭐

가 잘못되어 들어 왔다해도 그들은 여기까지 오는 동안 벌써 죽음으로서 추방당했을

것입니다,]

그녀의 말을 들으니 유자격자들만의 청혼이라면 어렵지 않게 성사될 수도 있을 것 같

았다.

[결혼은 그렇다 치고 결혼하여 살다보면 서로간 싫어지기도 하고 오해로 부부싸움도

발생 할 것이며 때로는 이혼까지도 갈 수 있는데 그때는 어떻게 합니까?]

사족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나 그래도 길게, 넓게 잡아 결혼후의 예상 문제까지 물어

보았다.

[손님께서는 인간들의 고정관념을 아직 탈피하지 못하셔서 그러시는데 싫증 , 오해,

질투, 싸움, 이혼 등등은 결국 진정한 사랑이 없다는 이야기예요. 앞서도 잠시 언급하

였었지만 욕심이 있는 사람들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에요. 사랑은 주는 것이고 베푸는

것이에요. 그리고 영원한 것이라 야해요. 혹자는 일년에 한번 아님 평생에 한, 두번

고아원이나 양로원을 찾아가 쌀 몇 섬, 연탄 수 백장 ,옷 몇 점 전해주고 크게 사랑을

베픈 것 처럼 큰소리 치기도 하고, 어떤 부부들은 경쟁적으로 밖에 나가 외도를 하면

서도 상대방을 사랑한다는 말로 속이는가하면 , 그 정도는 아니라 해도 선물 몇 점 사

다주고 크게 사랑하고 있는 것 같이 행동하나 그것은 사랑이 아니에요. 위선일 뿐이에

요. 자녀들 교육만 해도 그래요 . 교육은 크게 가정교육, 학교교육, 그리고 사회

교육으로 나눌 수 있지만 넓게 보면 사랑의 한 수단 일 뿐이에요. 교육 목표도 인간

성 함양이 우선 이고 전부이지 출세를 위한 교육, 돈만을 챙기는 교육, 자신의 영달을

위해 남을 이용해 먹거나 , 경시해도 좋다는 그런 교육은 교육도 아니오 사랑도 아닙

니다. 제가 다소 장황스레 말씀 드렸지만 결론적으로 진정한 사랑으로 사는 부부에게

는 싫증이니 싸움이니 이혼 같은 것은 있을 수가 없지요. 좀더 부언할까요 . 부부가 서

로 상대방에게 일 점의 보상도 바라지 않고 오직 상대방이 바라는 , 좋아하는 일에 자

신도 즐거이 몸과 마음을 바치고 서로의 모든 언행을 사랑으로 이해하는데 무슨 부부

싸움이에요 .사람들은 사랑하니까 싸운다고 말하지만 싸운다는 것은 사랑이 없는 것이

고 사랑이 없는 부부는 역시 이곳에서 살 자격이 없어요. 부부사이만 그런 것

이 아니에요. 이웃간에도 그렇고 통치개념도 마찬가지예요. 이곳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욕심 없이 오직 남을 사랑하고 모든 것을 베풀면서 살기 때문에 이곳은 오직 평화와

행복만이 있을 뿐이에요.]

그녀의 말을 들으니 이곳이야말로 내가 꿈꾸어 오던 진정 살고 싶은 마을이고 나도

총각이니 이 아가씨와 결혼하여 그냥 이곳에서 눌러 살고 싶었으나 지금은 등산을

온 상태이고 부모님 승낙도 받아야 하며 결혼해 살려면 집도 마련해야 하고 가족을

먹여 살리려면 취직도 해야 하는데 나는 아직 학생이고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는데

내가 어찌 청혼 할 수가 있겠는가?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것이다. 그러면 몇 년만 기

다려 달라고 할까 ? 안이야 ! 이곳은 먼저 본 사람이 임자인데 이 아가씨가 손놓고

기다릴 수가 없지 않은가? 이 아가씨 기다리다 공연히 나만 닭 쫓던 개 하늘 처다 보

는 꼴 나는 것 안이야 . 밑쪄 바야 본전인데 말이나 걸어 보자 싶어 내친 김에 다 털

어놓았다

[ 낭자! 나도 낭자와 결혼해서 이곳에서 살고 싶소. 그러나 나는 아직 학생이고 집안이

궁색하여 졸업 후에도 내가 돈을 벌어서 집이라도 마련하고 우리가 결혼 할 수 있으니

그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소 ?]

[ 기수 씨 ! 저는 기수 씨가 지금 당장 결혼하자면 하고 기다려 달라면 몇 십 년 아니

몇 백년까지도 기다릴 수 있어요. 그러나 기수 씨는 좀 전에 나이 걱정 ,돈걱정, 집 걱

정에 나의 신의까지 의심하셨는데 그것이 문제예요. 이곳에서는 기수 씨 자신이 주체

이지 나도 기수 씨 부모님도 아니에요, 기수 씨의 가슴에 사랑만 있으면 자격 같은 것

은 없어요, 무엇을 걱정하고 무엇인가를 의심한다는 것은 기수 씨의 마을에서나 있는

일 들이에요. 그리고 그것은 기수 씨의 가슴속에 사랑이 결핍되어 있다는 말이기도 하

구요. 이곳에서는 돈도 필요 없고 시간도 아무런 걱정도 없는 곳이에요. 우리가 지금

결혼하면 이웃에서 당장 공짜로 살림방을 빌려 줄 것이며 서둘러 양지 바른 곳, 바로

이곳에 새 집을 마련해 줄 것이고 또한 우리들이 일 자리를 마련 할 때까지 식량이며

의복까지도 마련해 줄 것 입니다. 이웃은 우리들을 사랑하게 때문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고 기쁨으로 베풀어 줄 뿐입니다. 우리 또한

그들이 우리들을 필요로 할 때는 무조건 지체없이 그들을 돕게 됩니다. 그러나 그들을

도울 일은 아직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분수를 알고 책임을 알기 때문에 도

움 받는 것 보다 주는 것을 더 좋아하지요. 그것이 사랑이니까요.... 따라서 기수 씨

는 저에게 청혼하기 전에 사랑하는 마음부터 가지세요 . 저는 이미 청혼 받은 것으로

알고 기수 씨의 마음에 가득 찰 날만을 기다리겠어요....]

무슨 볼일을 보고 왔는지는 몰라도 아가씨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안보이던 시꺼먼 제

복에 육중한 몸매를 가진 안내원이 나타나더니 이제 그만 돌아가자고 했다. 그의 말

에 복종할 수밖에 없는 나는 그녀에게 목례만 하고 그를 뒤따랐다. 이 마을의 정문 인

듯 한 초소 막에 우리가 도착했을 때 이웃마을에 살고 있는 후배가 (나이가 나보다 많

고 얼굴이 우락부락 하게 생겨 마주치면 내가 위축되기 때문에 내가 먼저 피해 가는

사이 )이곳의 등산을 마치고 하산하는 듯 멀찌감치 안개 속으로 살아지고 있었다. 그리

고 그보다 조금 앞에 길모퉁이를 돌아가고 있는 일련의 하산 객들이 잠시 보였는데 머

리 뒷모습만 보여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동리 친구들이 아닌가 싶다. 급히 따라갈

속셈으로 , 신발을 바꾸어 신기 위하여 신발장에 가보니 나의 신발은 없고 시커먼 통

일화 한 짝 만이 남아 있었는데 그것도 내 발보다는 두 배나 큼직한 것 이였다. 그

것만이라도 착용하고 친구들을 따라가겠다고 생각하고 허겁지겁 신발 끈을 맸지만 짜

증은 났다.

[이것을 신고 쩔뚝거리면서 어떻게 친구들을 따라 갈 수 있겠습니까?]

[니는 왜 사사건건 왼 불평이 그리 많냐?!]

[당신 같으면 짜증이 안 나겠어요? 날은 어두워 가지요. 한 밤중에 한쪽은 맨발로 한쪽

은 헐렁헐렁한 신발로 어떻게 산길을 갈 수가 있으며 친구들은 또 언제 따라 간단 말

입니까?]

[말이 났으니 말이지만 앞서 간 친구들은 네 친구들이 아냐. 네 친구들은 이곳에 올 수

가 없어 . 사실은 너도 이곳에 올 수 없었지만... 너 오늘 아침에 짐 수래 밑에 깔려 죽

는 사람을 구해주었지. 그가 누구인줄 알아 ? 바로 내 아들이야 네가 이곳에 와 나를

처음 보았을 때 네가 구해준 내 아들과 내가 너무도 비슷한 것에 대해서 의아해 했었

지 ? 다만 나의 위세에 눌려 물어 보지는 못 하였지만 .... 아무튼 이곳에 너를 초대한

사람은 바로 나야. 내 아들을 구해준 비록 일시적 이였지만 너도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기에 너에게 사랑의 마을을 소개시켜 주고 싶었고 또 잘만하면 너도 우리와 같

이 이곳 사랑의 마을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신발 끈을 힘 드려 매고 나서 그를 멍하니 처다 보았다. 할 말이 없었다.

[ 내 한마디만 더 하겠다. 세상은 여유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 맨 발이면 어떻고 시간

이 늦으면 어떠냐? 신발이 있다해서 발이 꼭 편한 것 마는 아니며 앞서간다고 먼저 가

서 앞서간 만큼 잘사는 것도 아냐. 조급한 마음에 실수를 범 할 수도 있고 , 보다 큰

죄악을 범 할 수도 있으며 나아가 남에게 사랑을 베풀 수 없게 되는 것이야. 너 부자

가 남에게 베푸는 것 보았느냐? 부자이지만 마음은 텅 비고 어두운 법이야. 가난이 결

코 좋다는 것은 아니지마는 그 보다 먼저 밝은 가슴에 사랑을 가득 채우는 것이 더 중

요하다는 말일세. 그러면 세상이 보이게 되고 그것이 진정한 삶일세...]

사방이 캄캄하여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저씨! 아저씨!] 하산을 포기하고 그와 같이 살아 볼 욕심으로 사방 그의 행방을 찾

았으나 초소도 그도 보이지 않았다.

[아저씨! 아저씨!]

[여보 ! 왜 그러세요 ? 꿈꾸었어요? 어서 일어나 식사하세요. 오늘 동창회 모임에 나가

려면 서둘러야 하잖아요...]

꿈 ?

꿈 ?

꿈 ?

1996년 1월 29일 07:00시 천호동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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