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의 재치
옛날 옛적에 잠이 많은 며느리가 있었다. 어느 날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불러 놓고 “얘야, 내일은 내가 한양에 좀 다녀와야 하니 늦잠 자지 말고 일찍 일어나 조반 좀 짓거라”라고 당부 말씀을 했다. 며느리는 “네. 알겠습니다, 아버님”이라고 대답은 했지만 걱정이 태산 같아 날밤을 새우기로 마음을 먹고 날이 새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한참 흘러 새벽닭이 울었다.
“꼬끼오 꼬끼오.”
그러자 며느리는 조반을 지으러 쌀을 가지러 갔다. 쌀 항아리가 안방에 있는지라 안방 문을 조심스럽게 열려고 하는 찰나 안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안방에선 시아버지와 시어머니가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그리하여 며느리는 쌀을 가지러 들어가지도 못하고 사랑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데. 허허,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힘이 없는 노인들이다 보니 쉽사리 끝나지를 않는 것이다. 며느리는 기다리다 지쳐 그만 안방 앞에서 잠이 들어버렸다. 날이 훤하게 밝아오자 사랑을 끝내고 나오던 시아버지가 잠들어 있는 며느리를 깨웠다.
“얘야, 그만 일어나거라. 날이 밝았다. 그만 일어나 조반 차려오너라.”
그러자 깜짝 놀라 일어난 며느리가 모기만 한 소리로 말했다.
“아버님, 조반을 못 지었어요. 죄송합니다. 아버님.”
그러자 며느리 속을 알지 못하는 시아버지는 며느리에게 온갖 호통을 다 쳤다. 며느리는 억울했다. 뭐라 말할 수도 없고 무슨 변명거리라도 생각해내야 하겠는데 좀처럼 뭐라고 딱 부러지게 변명할 말이 떠오르지를 않는 것이었다. 그때 마침 마당 한가운데서 암캐와 수캐가 사랑을 나누고 있는 것을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동시에 보았다. 그러자 며느리가 무릎을 손바닥으로 탁 치며 말했다.
“아따, 너들도 한양 가는구나!”
그리하여 며느리는 누명을 벗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