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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어느 주막을 나서며

어느 주막을 나서며


 

 

어디든 멀고 먼 이국땅으로

이어가는 길옆 초라한 酒幕

수많은 입술에 짓 빨려 이빨 빠진 낡은 사발

나도 게걸스래 빨아댄다.


시골 아낙의 입술처럼 안겨오는 막걸리 맛!


여기 代代로 이어온 슬픈 路情이 만났다 헤어지는

포근한 자리 저 만치에

戰果 만큼이나 상처난 부대 입 간판위로

맵고 쓴 세월이 흘러간다.


동족상잔의 아픔을 15개성상이나 참아왔다 .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하나

그리고 또 무엇이 부족한가?

해답할 지어라 세월이여 !


소금보다 짠 人生을 안주 삼아

酒幕을 나서면

노을 빛 깔린 길은 가없이 가늘고 멀기만 하다.

오라는 곳 없어도 떠나야 한다.


내 입술이 닿은 그 사발을

누가 또 빨가

내일이 오기를 겁먹은 또 다른 아기 늑대가 빨던

내일을 포기한 늙은 늑대가 빨던 이제 개념 치 말자!


노을이 가자 한다.



1967년 5월 18일 목요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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