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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이야기

미친 골프

미친 골프

22121일 금요일

05:30에 알람을 설정해 놓았지만 집사람이 주방에서 움직이는 소리에 05:20에 잠이 깨었다.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열고 카톡을 확인하니 길환 동료가 혹한인데 오늘 골프 취소하면 좋겠다라는 문자와 오후로 연기할 수 없냐는 문자가 연이어 들어와 있다.

당일 집에서 예약을 취소하면 당연히 벌점이 부과되어 6개월간 골프장 출입을 제한받기에 무조건 골프장에 일행 모두 다 도착해서 선택적 취소가 아니면 무조건 치고 나가야 하는데 길환 동료도 이를 알면서 남 다 자는 시간에 문자를 보냈다는 건 혹한에 칠지 안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출발하기 얼마나 부담스러우면 문자를 두 번씩이나 보냈을까???

여기에는 해답이 없으니 일단 출발하고 봐야 한다.

이어 여주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구름 하나 없이 청명하고 미세먼지도 양호하나 오전 최저 14도 오후 최고 + 6도에 바람 1m/s“ 티업시간이 07:44분이면 두 번째이고 일출 시각이 07:50분이라 컴컴한 새벽에 영하 14도에서 볼을 쳐야 한다는 이야긴데 솔직한 내 심정도 그냥 휴장 통보가 왔으면 싶다.

 

식사하고 05:50 출발하려는데 길환 동료가 단단히 복장을 갖추고 오라며 자기는 06시에 출발하겠다는 문자가 또 들어 와서 미투회답을 보내고 옷 가방만 챙겨 차에 싣고 시동을 거니 정상적으로 작동된다. 아 다행이다 지난주 혹한기 때에는 엔진 점검 경고등이 들어와 정비소에 들러 점검받은 바 있었기에 혹시나 또 그런 현상이 생기면 어쩌나 걱정하였는데 다행이다. 이를 대비한다고 어제 오후 공회전을 30여 분이나 하며 준비하기까지 했었다.

잠시 예열한 후 06:00에 집에서 출발했습니다.

 

오늘 혹한기 일기예보를 알고도 빈티를 잡아 영하 14도에서 골프를 친 것이 일행 4명 모두 골프 30여 년 경력이지만 생전 처음의 경험들이고 81.79.78.77 고령에 영하 14도에서 골프를 쳤다는 것은 늙은이들의 미친 짓 같아 자칭 미친 골프라 감회를 토로하였고 오늘의 일은 나로 기인한 사연이기에 글로 남겨 추억 속에 저장하고자 합니다.

 

오늘의 시작은 바로 엊그제 119일 수요일 08:47 내가 동여주 마운틴코스에 예약되었고 동반자까지 편성해서 운동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우리 일행들은 겨울 골프는 최저기온이 영하 7도 이하면 운동을 안 하기로 약속된 상황이라 6일 전 일기예보 상에는 영하 9도라 운동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3일 전 16일 오전 시간별 세부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결정하기로 했는데 혹한 일기가 계속되면서 같은 날 처인에 신청한 길환 동료가 빈티가 있다는 문자를 받고 시간이 오후 때(11912:19 )라 내 것을 취소하고 길환 동료 예약 시간에 치기로 변경되면서 동반자들에게도 모두 통보했었다.

초조히 운동 날을 기다리는데 전날 오후 방송에서 수요일 오후 대설주의보가 발령된다.

 

[행정안전부]수도권,충청,강원 대설 예비특보, 많은 눈 예상되니 안전운행 및 대중교통 이용, 야외활동 자제·보온 유지, 계량기 동파· 미끄럼 사고에 각별히 유의 바랍니다.

 

하지만 골프장에서 휴장 통보가 없는 한 선택적 취소는 골프장에 가서 결정해야 할 것이기에 각자 집에서 출발했습니다.

 

10시에 집에서 출발하려는데 안산에는 예보 상 13시에 눈이 온다 했지만, 창밖에 눈이 날린다.

눈길 교통사고나 정체가 예상되지만 그렇다고 출발 안 할 수도 없고 무조건 출발해야 한다.

 

출발 직전 길환 동료로부터 문자가 왔다.

처인 1130분에 중식 후 라운딩 여부를 결정하겠습니다. “

안산엔 눈이 벌써 오고 있어 교통체증에 걸리면 늦을지도 모르겠다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눈 속을 신경 쓰며 운전하며 잠시 옛날 추억이 생각납니다.

생각해보니 바로 60년 전 이때쯤 우리 일행들은 지리산에서 유격 훈련을 받았다.

그때의 기상 상황은 알 길이 없지만, 지금과 비슷하리라 추측된다.

지리산 산속에서 유격 훈련 기초과정을 수료하는 날 지리산 산속의 섬진강이 얼어있었는데 하강 지점을 TNT로 폭파하고 도르래에 매달려 하향횡단 얼음물 속에 떨어지는 훈련을 했고 이어 2주일간은 지리산 속 눈 덮인 계곡에서 개인 천막을 치고 숙영하며 전술 훈련을 했던 것이 몸에 배서 그런지 방송에선 춥다 춥다 노인들 외출 자제하라고 경보 메시지가 들어와도, 집사람들이 춥다고 만류해도 혹한 골프를 사양 않고 출전하는 것은 역시 군대 기질인가 싶다.

 

눈이 많이 오면 차량정체가 예상되어 20여 분을 빨리 출발했는데 차량정체 없이 1120분에

눈발이 휘날리는 동여주 체력단련장에 도착 골프 가방을 내려놓고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데 구 남 동료한데 전화가 왔습니다.

어디쯤 오냐고 동여주라 했더니 무슨 소리야 ??? 깜짝 놀라는 음성이다.

여기 처인인데 왜 동여주야!!!” 하면서 내가 장난치는 줄 알고 처인은 오늘 휴장이니 그냥 집으로 돌아가란다.

뭔가 착오가 있는 듯하여 카톡으로 주고받은 예약 정보를 확인하니 처인이 맞네.

순간 머리가 멍해진다.

어찌 이런 착각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남들이 혹간 이런 실수를 했을 때 나는 결코 이런 실수는 안 할 것이라고 다짐 내지 장담까지 했었는데 장담했었음이 남사스럽다.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하고 심장이 방망이질 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내가 지난 6일간 크게 착각을 한 것이다.

길환 씨가 같은 날 오후에 빈티가 있으니 잡겠다고 전화가 왔을 때 골프장 명은 흘려듣고 같은 동여주 골프장이라 오전의 내 것은 취소하고 오후에 치면 춥지도 않고 좋을 것 같다고만 생각했고 이를 동반자들에 통보하면서도 장소가 다르다고는 지난 6일 동안 한 번도 생각지 안 했다. 카톡 글자에도 처인에 로이알 코스라고 명시되어 있고 이를 팀 편성하면서 다른 동료들에게 카톡을 보냈지만 나는 그냥 동여주로만 생각했으니 무슨 할 말로 해명할 수 있으리오.

 

, 내가 실수를 했네.

일단 처인 골프장이 휴장이라면 운동은 안 할 것이고 일행들과 차라도 마실 생각으로

동여주에서 처인까지 가려면 40여 분 걸리니 밥은 같이 못 먹더라도 커피라도 마실 수 있을 것이니 빨리 출발하자.

뒤도 안 보고 차를 몰라 이천 IC 부근을 지나는데 차량 폰이 울린다.

전화를 받고 보니 동여주 골프장인데 고객님의 골프 가방이 여기 있는데 몇 시 티업이냐고 묻는다.

순간 아 또 실수했네…….

급히 출발하느라고 골프채는 생각도 안 했네.

일정이 취소되어 그냥 돌아가는 중이니 내일 찾으러 가겠다했고 그녀는 경기실로 찾아오라고 했다.

 

이어 다시 구남 동료한 데 전화를 하니 박장대소하며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구먼. 나의 연이은 실수가 무지 재미있어하는 음성이다. 처인의 골프일정은 취소되었고 점심도 시간이 빨라 안 먹기로 했으니 그냥 집으로 가란다. 현재 오고 있는 상준 동료에게도 최소 통보를 해야 하니 전화 끝내라 한다. 자기는 골프장에 도착한 길환 동료와 차 한잔했고 지금 출발하겠단다.

 

양지를 지나며 전화를 또 하니 자기도 양지 IC 부근에 접근 중이라 한다. 눈길에 운전 조심하라며 작별을 고 한다.

오늘의 실수를 사과라도 하기 위해 처인 예약자인 길환 동료와 만나 구갈역 부근 식당에서 점심 식사라도 해야겠다 싶어 전화하니 전화를 받지 않는다. 용인까지 지나며 전화를 세 번이나 걸어도 받지 않아 포기하고 통과하여 북수원에 이르니 길환 동료에게서 전화가 온다.

전화 걸었던 이유를 설명하고 돼 돌아갈 거리가 아니기에 다음에 만나자 했다.

 

12 : 30집에 무사히 도착했다고 구남 동료에게 전화하니 자기는 영포 동료와 내일 중식을 같이 할 계획이니 골프 가방 찾아 귀가하는 길에 여주에서 만나 점심같이 하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 그러기로 하면서 기왕 여주에 가는 거니 빈티 있으면 잡아 보라고 전했다.

집에 와 점심을 하며 화풀이 반주도 한 병을 마시고 낮잠을 자고 나니 오전 상황이 꿈 같다.

 

17:00 늘 나가는 인근 공원 산책도 날씨가 궂어 컴퓨터로 소일하고 있는데

17:51 구남 동료로부터 문자가 들어왔다.

“ [Web발신]김구남님 예약확정 2022012107:44 LAKE 동여주 체력단련장

오 만세 만만세답글을 보낸다. 이어 전화로 주사파 동료들이 모두 OK 해서 내일 중식은 취소하고 21일 모레 골프장에서 만나기로 함.

 

07:44 티업시간이 첫 티업 시간인 듯 무지 빠른 시간이라 혹한에 일출 전 티업이라 걱정되지만 빈티를 잡은 것이고 나를 위해 구남 성님이 힘들여 잡은 것이기에 무슨 토를 달아.

그냥 감사 감사합니다

이런 연유로 21일 동여주 GC의 영하 14도 혹한기 새벽 골프가 성사된 것이기에 나로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06:00시 집을 나서 지난 일을 반성하며 차선을 지키며 앞차만 따라 운전하는데 새벽 시간이라 그런지 오늘은 부곡. 북수원. 용인의 상습 정체 구역에서도 정체 없이 차가 잘 빠집니다. 하늘도 구름 한 점 없습니다.

하지만 안산 출발 시 외부온도 6도가 북수원 7 용인 8 이천 10 여주 IC 12 골프장 주차장 13도 이러면 진짜 운동을 못 하는 게 아니야.

어 이거 아닌데. 너무 추울 것 같은데. 골프장이 알아서 결정하겠지.

 

07:10 주차장에 도착하니 어느새 구남 동료 차가 맨 앞줄 계단 옆에 정차되어있다.

내가 두 번째 도착한 듯 구남 차 옆에 주차하고 접수처 올라가 체온 체크하고

접수처에 등록하니 골프채 두고 간 분이라고 알아본다. 웃음으로 답하며 일정을 물으니

정상적으로 티업한단다.

 

정 추워 운동이 안 되면, 일행들과 협의가 되면 전반전은 그냥 휴게실에서 쉬다가 후반 전 10시가 되면 기온이 6도 정도로 올라간다니 그때 정상적으로 운동하자고 해야겠다.

07:25 영포 동료가 도착하였고 기다리는 동안 나와 길환이가 화장실에 갔다가 나오니 07:35 진행요원이 44분 팀을 호명하며 독촉을 한다.

아직 시간도 10여 분이나 남았고 일행이 화장실에 갔으니 참아 달라 하니 진행요원의 표정이 굳어진다. 더 이상 갚다간 골프 일진 멍들 것 같아 참는다.

대기 중인 카터로 가니 캐디가 우리를 반긴다. 신은경이라며 인사를 하는데 털모자에 마스크까지 쓰고 있어 눈만 보이니 아는 얼굴인지 따질 상황이 아니기에 반갑습니다. 오늘 잘 부탁합니다. 답례하는데 외기온도가 그리 춥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동료들도 이의가 없는 듯하다.

 

일단 올라가 계속 14도면 골프는 입내만 내고 혹한이면 연못 가 나무에 상고대 꽃이 필 것 같으니 상고대 사진이나 찍겠다고 생각했었기에 해서 연못이 있는 예약된 레이크 코스로 가기를 바라는데 캐디가 마운틴 코스로 가잔다.

마운틴 코스에는 아직 첫 경기자가 도착하지 않은 듯 비어 있고 레이크 코스에는 첫 팀이 바로 앞에서 올라가 두 번째 우리 팀은 기다려야 할 상황이다 보니 눈 없고 양지바른 마운틴 코스로 가자 하니 동료들이 OK 하는데 내가 고집을 부릴 상황이 아니기에 참는다. 양지바른 곳은 레이크 코스이지만 그냥 참기로 한다.

 

마운틴 1번 코스에 가며 캐디에게 우리들의 경기 룰을 설명하고 협조를 부탁한다.

우리는 경로 회원들이니 실버 티로 간다.

해서 카운터는 적을 필요가 없다.

치는 순서는 우리가 알아서 친다.

확실히 나간 볼은 그냥 버리고 보이는 거만 찾아 주면 된다.

나는 협착증 환자라 드라이버가 50이상 날아가면 카터를 타고 간다.

OK??? 알겠습니다.

운동 전 준비 운동을 하는데 하나도 춥지 않다.

일행들도 춥지 않다고 한다.

일행들이 옷을 단단히 챙겨 입은 듯 영하 14도 추위는 방어가 되는가 보다.

라커룸에 도착하며 보온 팩을 일행들에게 하나씩 나눠 주었는데 이게 손 실어 움도 막아 주며 가슴을 덮여 주는가 싶다.

역시 하늘의 성님이 오늘도 우리를 돌봐 주시는 듯 바람 한 점 없어 체감온도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운동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첫 홀 나만 땅볼 일행 모두는 빵빵 날아간다.

이렇게 하여 남들이 보는, 생각하는 미친 골프는 시작되었고 추위와 눈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전반전 운동을 마쳤습니다.

10:00 그늘 집에 들러 어묵 찌개로 얼큰 따끈한 국물에 청주 한 잔씩을 하고 나니 언제 추웠냐 싶다.

후반전은 기온이 영하 6도라 해도 전혀 추위를 느끼지 않으며 평상시 컨디션으로 즐겁게 운동을 했습니다. 일행 모두 역시 하늘 성님의 특별 배려라며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나는 레이크 3번 홀에서 슬라이스가 나며 눈 덮인 연못 속으로 날아갔고 멀리건을 받아 다시 쳤는데 연못 가 울타리용 진달래 숲으로 들어가며 한 장소에서 두 개가 날아갔습니다.

혹한기 골프를 기념하기 위해 눈 덮인 연못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나서 긴장이 풀린 듯합니다.

영포 동료는 레이크 5번 홀에서 버디!!! 7번 홀에서 연이은 버디를 하며 상금 만원을 캐디에게 주니 캐디도 기분이 좋은가 봅니다.

이어 구남 동료는 7번 홀 8번 홀에서 슬라이스가 연이어 나며 빙판 연못으로 두 개가 날아갔습니다.

날아간 기념으로 독사진 한 장을 박아 주었습니다.

엄동설한 대단한 전과라며 일행 모두 즐거운 라운딩이었다고 자화자찬하며 운동을 마쳤습니다.

코로나 19로 골프장에서 샤워를 못 하기에 끝나면서 채를 차에 싣고 여주 IC주변 해장국 집에서 얼큰한 선짓국 해장국으로 배를 불리고 내주를 기약하며 귀경했습니다.

 

오늘 미친 골프에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해주신 동료들에게, 바람 한 점 없는 맑은 기온을 보장해 주신 하늘 성님에게 다시 한번 더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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