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선 주(神仙酒)
우리 부대는 원주 근교에서 기동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군단장이 뇌출혈로 쓰러지셨다.
하여 인근 병원에서 의식을 잃은 채 입원중이시고 군수 참모와 나는 그리고 고향이 원주인 나는 민가에서 전해오는 풍에 대한 전통 민속 비약을 찾아보기로 했고 하여 원주시내에 거주하시는 숙모님께 알아보겠다고 참모에게 보고 하였다.
허나 야전 훈련장이라 민간 전화를 할 수 없는 형편이고 그렇다고 외출을 할 상황도 아니 여서 고심하다가 시험 삼아 군 무전기를 분해하여 회로도를 병렬에서 직렬로 연결하니 민간전화와 연결되었다.
나의 임기응변을 본 군수참모는 “역시 장교는 달라 ! 안되면 되게 하라! 문 소령 정말 재주꾼이구면…….”칭찬을 아끼지 않으신다.
먼저 사촌 동생인 기환이가 전화를 받았으나 이어 숙모님을 바꿔 달라하여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 풍 맞고 쓰러 진 환자에게 비약이 있느냐고 물렀다.
하니 숙모님 친정아버지가 비약을 제조 하실 줄 알고 자신도 시집오기 전 몇 번 본 경험으로 집에서 만들어 보았는데 물이 달라 그런지 아니면 도회지에서 만들어 그런지 그 비약(약술)이 친정아버지만큼 독하지도 않고 그래서 그런지 약효도 떨어진다고 하셨다.
일단 숙모님이 만드셨다는 비약(약술)을 가지고 부대로 면회를 오시라고 하였다.
위치가 어디냐고 물으셨으나 나는 군사보안상 부대 위치는 말해 드릴 수가 없고 하사관 학교로 면회를 오라고 하였다.
군수 참모와 나는 하사관 학교 면회실에서 숙모님이 가져오신 비약을 보았다.
반말 들이 과일 주 담그는 유리병에 반병쯤 남아 있는 것은 흔히 주변에서 본바 있는 약술 색깔이다.
숙모님이 뚜껑을 열고 물 컵에 조금 부어 맛을 보라고 하신다.
참모와 나는 돌려가면서 맛을 음미 해 보았다.
영락없는 약주술이다.
그래 맞아 . 약주술이야! 하지만 이술이 혈압이 높은 환자가 반주로 장복하면 혈압이 떨어진다고……. 허지만 도수가 약해서 그런지 풍 맛은 환자에게는 별로 효과가 없더라.
풍 맞고 쓰러져 의식 불명인 환자에게는 친정아버지가 만든 독한 술을 먹여야 하는데 허나 비법이 유포될 까 염려하시고 나아가 신기를 저버리는 일이라 시며 이 술을 거의 만들지 않으신다고 하셨다.
지금 자기의 고향인 경상도 봉화 집에 가도 이 약술이 있을지 모르고 없다면 만들어야 하는데 친정아버지가 그 비법을 절대 남에게 가르쳐 주시지 않기 때문에 부탁을 하고 다 만들 때 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하셨다.
상황이 화급한 지경이라 군수 참모와 나는 참모장에게 보고하고 경상도 봉화군에 있는 숙모님 친정댁을 찾아 갔다. 아마도 밤새도록 달려 간 것 같다.
봉화에 친정아버님을 뵈었을 때는 새벽인 것 같았고 아주 높은 산봉우리(산 아래는 안개 바다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음)에서 떠오른 태양을 향해 묵상하시는 모습이셨다.
한마디로 신선 모습이시다.
하얀 도포에 백발이 휘날리고 얼굴색은 짙은 밤색이며 주름하나 보이지 않았다.
군수 참모와 나는 기가 죽어 입도 못 벌리고 묵상중인 사장 어르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얼마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허나 급한 마음에 우리가 와있음을 알리기 위해 잔기침을 하였지만 전혀 아는 채를 않으신다.
얼마를 더 기다리고 잔기침을 한 끝에 눈을 뜨신다.
우리를 처다 보는 눈빛이 “경망스럽기는…….” 하고 나무라는 눈빛이다.
처음 찾아뵙는 것이니 인사가 길 수밖에 없었다.
전후 사정을 모두 이야기 하니
“신기를 누설하지 말라고 그리 당부를 하였건만……. 고 망한 것이 또 실수를 하였구먼…….”하고 혀를 찬다.
“당신들 상사가 풍을 맞아 죽고 사는 것도 어차피 신의 뜻이니 당신들이나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니 그리 아시고 돌아들 가소.”
우리는 둘이서 우리가 설명할 수 있는 모든 상황과 도리를 설명하며 도인을 설득하였다.
끝내 도인은 머리를 끄떡이며 “ 그리어 내 젊은이들의 충정에 졌네. 그리고 이것이 인간의 참 마음인가 싶네……. 죽어가는 사람을 내버리고 지나친다면 이 또한 인간의 도리가 아니지……. 아마 집에 한사람 분량쯤은 남아 있을 걸세……. 자 내려감세…….” 하신다.
하산하면서 우리는 비약(신선주) 제조비법을 알려 달라고 간청을 하였다.
도인은 머리를 아무 말 없이 강하게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우리는 또다시 도인을 설득하기 위해 그간 알고 있던 세상도리에 대해 널어놓았다.
“옛날에는 평균 수명이 50세도 안되었으나 지금은 남녀 평균 수명이 77세로 늘어났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현대 사람들 보다 훨씬 착하고 죄 짓는 일 없이 평생을 나라 임금에게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며 순박하게 살았어도 50세 밖에 못 살게 하고 현대 사람은 장사를 생업으로 하다보니 거짓말도 수없이 하게 되고 국가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기 보다는 돈 벌기에 급급합니다. 그러다보니 사기도 치고 남의 것을 갈취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 국제적으로는 전쟁까지 불사하는 판에 죄 안 짓고 사는 사람은 찾아 볼 수가 없는 지경인데 헌데도 더 오래 살고 있습니다. 이것이 신의 섭리입니까? 아닙니다. 이는 인간이 인간을 위해 스스로 연구개발 내지 개척한 결과입니다.
인간의 수명을,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의술,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것이 인간의 욕심이고 당연한 의무이지 이것이 신기를 누설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인간에게 더 이상 무슨 발전이 있겠습니까? “
하여 마침내 도인은 선기를 내 놓기로 하신다.
결론적으로 자기가 알고 있는 비약(신선주)은 필요한 사람에게는 약이 되지만 그러지 않은 사람이 먹으면 술이 되고 독이 되기 때문에 또한 사람을 해칠 수도 있기에 함부로 내 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하여 대량생산을 하더라도 약으로 유통되어야지 독주로 유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이를 위한 보장과 특허료로 45억원을 내놓으라 하신다.
우리는 45억 소리에 말문이 막혔다.
약으로만 꼭 유통하겠다는 각서는 써드릴 수 있지만 특허료가 문제다. 45억원은커녕 450만원도 수중에 없는데 .......
꿈이다.
희한한 꿈이네!
작고하신지 10여년이 넘은 숙모임이. 한번도 뵙지 못한 사장 어르신이 신선으로 분장하시고 신 선주 제조기법과 약효를 선 몽 해 주시는 것만 같다.
나보고 뇌출혈 환자용 선선주를 개발해 보라는 꿈만 같다.
숙모님은 자료도 특별한 것이 없다고 하셨다. 일반 약주술 담그는 요령대로 하되 술 잎을 많이 쓰는데 술 담그는 요령이 조금 다르다고 하셨다.
일반 약주술은 술밥을 시루에 쪄서 멍석에 약간 말린 후 누룩가루를 골고루 섞은 다음 솔잎과 같이 항아리에 담은 후 엿물로 물을 맞춘 다음 따듯한 아랫목에 일정시간 보관하면 술이 되고 항아리 속에 용수를 넣어두면 용수 속에 약주가 고인다. 헌대 신선주는 사전에 높은 산의 조선 솔잎(5월 햇잎만)을 따다가 가위로 삼등분하여 설탕을 골고루 섞은 후 물을 부어 땅속에 묻어 두면 일단 솔잎 술이 되는데 이를 꺼내 밥과 누룩으로 다시 약주술을 담근다는 것이다.
헌데 도수가 낮아 약효가 별로였다고 하신다. 솔잎을 잘못 딴 것인지…….
물이 다른 것인지 아니면 설탕의 배합이 잘못 된 것인지……. 아니면 솔잎 술이 덜 익어 그런지 요령은 비슷하게 해 보았지만 맛이 그 맛이 아니란 것이다.
그 비법을 전수하는데 도인은 45억원의 특허료를 요구 하셨다.
창문이 환하다. 일어날 시간인가 보다 . 시계를 보니 다섯 시다…….
2006년 5월24일 새벽 안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