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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밤은 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

 

 

 

밤은 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

 

 

오늘도
하루가 지나갑니다.
어제도 그랬고 내일 또한
이렇게 지나 갈 것입니다.

 

하고픈 사연에
압사 당한다 해도
당신은 언제나 그곳에서
그렇게 살 것이며
나 또한
당신께 애원 커나 말거나
오늘 하루도 그저
악다물고 떠나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이 사랑스럽다 외쳐본 들
그리워 미치겠다고 발광한 들
나 혼자만의 울부짖음이고
고통입니다.


그런 하루가
그곳과 동시에
시간의 궤도를 타고
늘 그렇게 지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아무도 없는
빈방에서
금붕어는 적막과 함께
조용히 단란한 밤을
맞고 있으나
당신 없는 이 땅은
나에게 외출을 명하고
내 마음을 흔들어 놓고
그렇게 깊어 갑니다.

 

당신은 오늘 나를 생각하며
무엇이 달라 졌습니까
고산 절벽에서
대양으로 흐르기까지
냇물은 수많은 시름과
시와 고문으로
멍든 푸른 상처의
이겨진 모습이 되었어도
바다와 샘물의 차이뿐
아무런 대우도 받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변화가 생긴다면
이제 배를, 사람을 삼켜버리는
그것밖에는 없습니다.

 

하늘에 별이 뜨고
수많은 연인들의 밀어가 영글어 가도
부슬비 나리는 가로를 따라
우산 밑의 연인들이
하나가 될 찌라도
그 밤이 멈은 적이 없고
홍수에 가옥과 자식과 아비를 띄워 보낸 날도
간신히 자신의 생명만 부지하고 달려나온
탈선된 레일 위에도
밤은 멎어주질 않더군요.

 

여름 밤 , 겨울밤이 아니라
우리들 마음에 긴 밤, 짧은 밤이 있습니다.

슬프고 괴로운 밤은 길고
행복하고 즐거운 밤은 짧은 것.
사랑하는 사람 과 같이 있던 밤은
늘 짧았죠!


밤은 아쉬움을 ,
안타까운 눈망울 앞에서
무정하게 기우러 가고 있습니다.

하루의 일과가
어찌 되었건
말없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아깝죠.
원망스럽죠
미울 것입니다.

 
그래도 밤은
깊어만 갑니다.
당신은 이 밤을
잡을 수 있습니까?

 
잡을 생각은 애시당초 마세요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이 밤!
당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당신 마음대로 하는 것 그것밖에
길이 없습니다.

 

별이 무섭습니다.
밤새도록 나려다 보니 부끄럽습니까?
당신의 치부가 누설된답니까?
두려우세요?

이 밤은 당신의 밤이 될 수가 없군요
당신의 영원한 피안!
그 피안을 그리면서도
이 밤은 그냥 떠내 보내시겠죠?
그래도 좋습니다.

허나 그 많은 시간들이 당신만을 기다리고 있지 않음을
기억하세요. 기억하세요!

 

왜 귀뚜라미는 울지 않는가요.
차라리
귀뚜라미라도 나와 같이 이 밤을
지새워 주련만.....
당신이 있다 해서 나를 외면하는 가봅니다.

 
허나
당신은 나에게 푸념밖에는
아무 것도 주지 않습니다.
귀뚜라미가 없어도 좋습니다.
오기 싫으면 그만 두시오.
밤하늘 끝없이 여울지는 기적 소리가 있습니다.
저것 마저 가버리면 혼자 남겠죠.
두서 없이 낙서만 하면서
이것은 나의 숙명!.
밤은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오기까지의 정거장
당신과 더불어 모든 사람들이 이 땅에 있어도
난 언제나 혼자 입니다.
내일도 또 찾아올 밤
내키지 안으나 어쩔 수 없으니
잘 가시요.


1970년 7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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