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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및 기행문

雨中 小想

우중소상(雨中小想)

소나기가 세차게 나리고 있습니다.
연약한 우리들의 마음은, 마음은 이 한가지 사실만으로도 몹시 흔들리고 있습니다.
콘세트 지붕 밑에 있는 나는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콩 볶는 듯한 빗소리로 하여 현실을 생각할 겨를이 없고 또 그들은 내 깊은 상념에 난도질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무엇이건 밝은 것만을 생각하고 싶고 그렇게 되길 간곡하게 바라고 있으나 빗소리의 중압으로 해서 모처럼의 내 소망은 불쌍하리 만치 짓밟히고 말았습니다.
자연의 섭리 ! 이 거대하고 막강한 완력과 단순하기만 한 그를 타도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만일 참으로 자연의 섭리를 회피 할 수 있고 또 이를 타도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미 그는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 신으로 승화하는 과정이거나, 완전히 신으로 승화된 사람일 진데 이런 경우는 지구가 생성된 이래 아직은 한사람도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오늘 이 순간에 나 이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 우둔하면서도 감상 깊게 들려오는 소리로 하여 웃고 울고 하겠습니까?
미약한 우리들의 선조는 그를 타도하거나 회피해 보겠다는 것을 포기해왔기에 이것은 우리들 인간의 한 천성이 되고 말았습니다.
허나 감수하겠다는 마음 갖음도 없습니다.
그저 한갓 지나가는 나그네 대하듯 하나 각자의 마음에서 형성된 얼굴 모습만을 보일 뿐입니다.
수심에 가득한 얼굴, 마약 환자의 죽어 가는 누렇게 뜬 얼굴, 어느 산중에 우뚝 서 있는 기암 절벽 같은 얼굴, , 찬바람에 시달리며 징징 울고 있는 거리의 나목 같은 얼굴, 하얀 눈 속에 얼어붙은 개구리 같은 얼굴, 이른 봄 봄비를 맞고 활활 피어오르는 듯한 새싹 같은 얼굴, 6월의 장미 같은 얼굴, 10월에 마지막 남은 하얀 들국화 같은 얼굴, 낙엽 같은 얼굴, 앵무새 같은 얼굴, 나비 같은 얼굴, 호랑이 같은 얼굴, 다람쥐 같은 얼굴, 단풍잎 같은 얼굴,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그 얼굴 위에 오는 이 빗소리는 또 이러 듯이 많은 감상의 차이로 각자의 마음에 나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내 눈, 마음, 귀, 가슴에 , 발에, 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늘, 땅, 지붕, 이 책상 위에, 나무에, 아스팔트 위에, 택시에 ,바다에 , 하수도에.................
어느 한곳 안 나리는 곳이 없습니다.
사랑하는 당신과 나의 영과 영 , 육과 육 그 속에도 비가 나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 사이에 , 내 주변에 , 내 가슴에 나리고 있는 비는 그리움의 노도요,
사랑의 분수입니다.
행복의 예지입니다.
희망의 찬가입니다.
창문을 열어 놓으세요. 그리고 보세요, 들으세요, 느끼세요,
내 가슴 깊숙이 산적해 있는 생활 속에 이즈러진, 명함이며 엽서요, 편지 나부랭이들, 꽁초들, 떨어진 양말 짝, 사과 껍대기, 찌그러진 맥주 통, 깨여진, 소주병들, 이 모든 쓰레기가 시원하게 후련히 말끔하게 흡수되어 씰려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티로 산적해 있는 내 마음 ! 언제나 악취가 풍겼고 메마르며 답답하고 비좁았기만 했던 내 마음이 허전하리 만치 텅 비면서 속은 다시 시원하며 상쾌한 내음이 풍기고 무엇이건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이 속에는 노래로 가득 채울 수도 있고 당신의 사랑도, 당신의 미소, 당신의 입술, 당신의 아기, 그래도 남아 아담한 궁전, 화원, 호수, 바다, 은하수도 이 세상 모든 꿈을 내 속에 영접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 !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러면 당신이 바라는 , 당신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 당신을 멋있고 의젓하게 해 줄 수 있는 , 당신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지금 막 당신을 향해 당신의 넓은 영역을 향해 막, 방금 출발했다고 합니다.
당신은 ,
당신은 무엇을 원하고 계십니까?
행복입니까?
꿈입니까?
사랑입니까?
아니면
돈입니까? 명예입니까? 집권입니까? 여자입니까? 남자입니까? 자식입니까?
아니면
천당입니까?
아 !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지금 서서히 당신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당신이 바라고 있는 염원을 입 속으로 속삭이며 저 빗속을 따라 당신을 찾아가고 있는 사도를 이름다운 눈빛으로 내다보고 기다리세요.
저 창밖에 서있는 , 저 빗속에 서있는 포플러를 보세요.
싱싱한 녹색 이상의 얼굴들이 하늘을 향해 웃고 있잖아요.
그 미소를 당신은 읽으실 수 있으시겠지요?
그리고 그 위를 보세요.
천진 난만한 연두 빛 기다림이 있잖아요.
저 포플러의 기다림 같이 눈과 입, 귀. 마음에 비를 맞으면서 기다리시라 니까요.
허나 창문 아래는 절대로 내려다보시지 마세요.
제발 부탁이에요.
창문 밑을, 배수로를, 하수구를 , 발광하는 개천을 보지 마세요!
저 황토 물 그 위도 보지 마세요!
이렇게 무릅 꿇고 빌지 않아요.
만일 당신이 그것을 보시려 한다면 이제까지 당신이 기다리던 그 모든 것이 시체가 되어 저 흙탕물 속에 휩쓸려 영원히 아주 멀리 멀리 살아져 버리고 말 것입니다.
결국 당신에게는 홍수로 파헤쳐진 제방 과 모래와 각종 시체의 뼈다귀만이 너절하게 남을 것입니다.
오 ! 제발 그것만은 보지 마십시오!
지금 당신의 사도가 오는 동안 기다리지 못하고 시선을 바꾸어버린 당신의 동료들이 꿈과 사랑과 행복과 희망이, 지붕이, 자계 장이, 거울이, 강아지가, 앨범이, 원고지가, 모두 모두 익사하여 둥둥 뿔은 시체로 떠내려가고 있는 것입니다.
깨끗한 당신의 영역에 한번 구멍이 났다고 만 하면 저 붉은 홍수는 밀어닥치고 그때는 이미 많은 상처를 받게 될 것이며 아주 영원히 매장 될 지도 모릅니다. 아니 대부분 매장된다고 합니다.
하늘에서 저 멀리서 당신을 향해 떠나올 때는 아주 하얀 얼굴이었지요. 속에 티 하는 없는, 티 하나 안 묻은 투명하리 만치 맑은 마음이었다 합니다.
찬란한 태양을 향해 눈부시게 빛나는 얼굴이었습니다.
당신의 행복과 꿈과 낭만을 실은 그는 아주 작으면서도 아름답고 의젓해 보였지요. 헌데 한번 잘못 열린 작은 구멍으로 해서 저렇게 많이 들 죽어가고 있습니다. 악의 씨는 연세 반응 같이 계속 잇달아 더 큰 악을 형성해 가는 것입니다.
차라리 당신이 저 창 아래 시체를 보느니 보다는 창문 위에 어두운 하늘을 보세요.
그러다 다시 창 밖을 내다보며 기다리더라도 창문 밑의 배수로만은 절대로 보아서는 안되겠습니다.
아시겠죠?
꼭이예요.
창밖에는 행복과 불행이 공존하고 있어요.
당신이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당신의 인생은 결정되는 것입니다.
지금 당신은 행복을 원하고 계시죠?
그러면 행복 쪽을 바라보셔야 해요.
먼 후일 당신이 성숙해 젔을 때 그때는 불행 쪽을 선택해도 이를 행복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하오니 그때까지는 오직 행복만을 생각하고 행복만을 처다 보아야 합니다.
허나 서두르지 마세요. 서두르다 또다시 길을 잊어 버릴 수도 있거든요.
좀더 마음을 진정하고 기다리세요.
꼭 올 것입니다.
당신이 그리는
사랑이,
행복이,
꿈이,
천당이.......
그렇게 화안한 미소로 기다리세요!

1970년 7월 16일 오후 사무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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