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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영안실 전경


영안실 전경


1996년 1월 31일



고조(高祖)가 나를 낳았고

내가 고손(高孫)을 낳는다

억 만겁 나고 죽어도

오직 자식뿐이다.


신랑이 죽었다.

독자(獨子)가 죽는다.

울어야지, 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울 까닭이 없다.


고인(故人) 핑계 대고 제 이름 광고하는

조화(弔花)들이 그림으로 웃고 있다.

사람 따라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 !

어이없어 웃고, 가소로워 웃는다.


술상 옆에 두고 고스톱 안주 삼아

급제주(及第酒), 피박주 난장판에

상주(喪主)가 춤을 추듯 분주하니

죽은 자만 소리 없이 울고 있다.


내가 죽어도 지구는 남고

시계 없이도 세월은 간다.

세월이 없어야 번뇌도 없고

번뇌 없어야 피안(彼岸)이거늘


욕심을 벼려라

자아(自我)를 화장(火葬)하라

지구를 떠나라

지구를 폭파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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