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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동상의 유언

 

 

銅像의 유언



모두가 떠나버린
텅 빈 광장

 

빛 바랜 낙엽만이
나그네 되어

차가운 밤

별을 세고.

또 센다.


화려했던 만큼

아픔을 품고 울어야 한다.

긴 밤

어리고 설 킨 회포

간절한 소망만이 광장을 지키고 자

굶주린 나상(裸像) 위에서

기도를 한다.


찢어진 동 저고리, 쇠진(衰盡)한 수족(手足)

시끄럽다 좇던 참새

되 부를 수 있으리

포장마차 냄비 속에
타다 남은 인정

얼어붙은 응어리

풀린다.


군밤 장수 할아버지 성애 낀 수염엔

천년 묵은 침묵이 주렁주렁

그 어는 지붕 아래

단꿈 꾸는 손자 있어

죽었으되 죽지 않은

내가 있고

우리가 있다.


네가 가고 나마저 가버리면

주인 없는 이 땅

동녘의 붉은 태양

누구라 맞을 건가

철책 위에 핀 하얀 미소와 함께

오직 내가

내가 존재한다.


1983년 2월 5일 퇴계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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