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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들국화(2)

 

 

 

 


들국화(2)



개나리 진달래 곱던 들녘에

오곡백과 만삭되어 분만준비 분주하고

그들이 안쓰러워, 그들을 지키고자

찬이슬 곱씹으며 밤새워 기도를 드립니다.

작은 소망, 낮은 목소리로

파란 하늘을 우러러

한점 투명한 입술로

간곡한 기도를 드립니다.


생에 지친 나그네

고향도 일러 주고

막내딸 혼수 준비

발품을 덜어주며

홀로 남은 허수아비의

짓밟힌 가슴에 노란 미소가

채워지기를 빌고 또 비 옵니다.


고추잠자리 재롱에

잠시 여유를 느끼며

마지막 잎사귀의 창백한

이별을 지켜본 후

기러기 날아오는 날

기도를 거두고

하얀 눈에 동화 되 듯

조용히 나의 길을 가렵니다.


1993년 10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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